[펫챠] 기획-홀대받는 ‘반려동물의 죽음’ <하> 동물장묘시설, 존엄한 작별을 위한 필수 인프라 부상

제주 민간 장묘시설, 주민 반발로 무산
대전, 유일한 장묘시설 없는 광역시로 남아
대전시민 65.1% 장묘시설 설치 찬성
장묘시설, 혐오시설 아닌 필수 인프라로 자리잡아야

금상진 기자

금상진 기자

  • 승인 2025-03-26 10:24

신문게재 2025-03-1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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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장묘시설의 확대를 위해선 주민들의 인식 개선과 함께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
우리나라 인구 5000만 명 중 반려인 1500만 명. 바야흐로 반려동물 전성시대다. 이젠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 수준을 넘어서 '가족의 구성원'으로 여기는 추세다. 사람 밥값보다 비싼 유기농 사료에 한우를 먹이고 명품 옷에 전문 간식숍까지 호황이다. 이렇듯 살아있을 때 애지중지 키우던 반려동물이지만, 사망했을 때는 난감한 상황에 처해지기도 한다. 가까운 곳에 운영하는 전문장례시설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전은 광역시 중 유일하게 반려동물 장례시설이 없다. 혐오시설이라는 인식과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해 영업허가 받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관계기관의 꾸준한 홍보와 노력으로 당연한 반려문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짧은 수명을 지닌 반려동물이 한 해에 얼마나 사망하는지는 통계조차 없다. 자세한 수요를 알 수 없기에 장례시설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지역의 반려동물 장례시설 필요성에 대해 취재하고 현황에 대해 분석해봤다.<편집자 주>



상. 반려동물 장례시설 부재로 불법 매장 성행

중. 반려동물 등록제 시행, 10년 미완의 과제



하. 동물장묘시설, 존엄한 작별을 위한 필수 인프라 부상



<하> 동물장묘시설, 존엄한 작별을 위한 필수 인프라 부상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안 돼요."

지난해 7월 제주시는 민간 동물장묘시설 건축을 둘러싸고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한 민간업체가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학교 사거리 서쪽 한북로에 589㎡ 규모(지상 2층)의 동물장묘시설(화장시설) 건물을 짓겠다고 제주시에 건축신고서를 제출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는 장묘시설과는 별개의 사업이었다. 제주시는 관계 부서의 의견을 수렴하며 적극 검토했으나 장묘시설 조성 예정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사업 용지에서 불과 300m 이내 거리에 요양병원이 있고 주민 거주 지역과도 너무 가깝다고 지적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72조의 '동물장묘시설의 설치 제한' 규정에는 '20호 이상의 인가 밀집 지역, 학교, 그 밖에 공중이 수시로 집합하는 시설 또는 장소로부터 300m 이내' 지역에는 설치가 제한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제주 최초의 민간 장묘시설사업은 무산됐으며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착공을 목표로 제주시 애월읍에 동물 공공 장묘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와 마찬가지로 대전 역시 관내 장묘시설이 없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장묘시설 75곳 중 광역시급에 장묘시설이 없는 곳은 대전이 유일하다. 대전보다 반려인구가 적은 울산시에도 1곳이 운영되고 있다. 대전 인근 충북 옥천과 세종, 논산에 장묘시설이 있지만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대전과 도시 규모가 비슷한 광주시의 경우 최근 민간 장묘시설이 문을 열었다. 다만 개장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반려동물 장묘업체 A사는 2022년 5월 광산구 한 부지에 사무실 용도로 허가받은 건물을 동물 전용 장묘시설로 용도 변경 허가를 광산구에 요청했으나 구는 분진 및 소음 발생과 주민반발을 이유로 불허했다.

A사는 2024년 1월 '용도변경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동물장묘시설은 혐오시설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반려동물 수가 증가함에 따라 광주광역시 내에서도 동물장묘시설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어 허가할 공익상의 필요가 존재한다"며 "원고는 동물장묘시설이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현대식으로 이 사건 건축물을 건축하고 애견운동장 및 카페를 설치하는 등 노력했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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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장묘시설의 확대를 위해선 주민들의 인식 개선과 함께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
대전시는 반려동물 장묘시설 설치를 위해 2023년 8월 '대전시 동물 보호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통화시켰다. 관내 반려동물 장묘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지자체에 대한 예산 지원을 하도록 배려했다. 시민여론을 위한 여론조사도 실시 했다.

대전세종충남연구원이 2023년에 발표한 반려동물 정책수립을 위한 대전시민 여론조사에서는 반려동물 양육 경험자와 무경험자 65.1%가 반려동물 장묘시설 도입에 찬성했다. 장묘시설 운영 자체에 대해선 69%가 민간보다 지자체 직영을 선호했다. 다만 반려동물 장묘시설을 혐오시설로 보는 시각은 양육 경험자와 무경험자 절반이 혐오시설로 인정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장묘시설 도입을 위해선 입지가 가장 중요한데 80% 이상이 각종 규제에 묶여 입지 선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민들이 대전 인근에 위치한 반려동물 장묘시설을 이용할 경우 할인 혜택을 주는 등 대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전시 동구 주도로 이동식 장묘시설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허가 단계까지 온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시 서구의회 신혜영 의원은 2024년 3월 대전시 서구의회 제281회 임시회에서 '동물보호에서 동물복지로, 반려동물과의 존엄한 작별'이라는 자유발언으로 지자체 차원의 동물장묘시설 설치를 촉구 했다. 신 의원은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시설 자체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려동물 공원과 장묘시설이 융합된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도입해 반대 여론을 중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금상진·김주혜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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