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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113. 청춘은 나이가 아니라 불타는 열정이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김주혜 기자

김주혜 기자

  • 승인 2025-03-27 12:00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나이가 들면 거짓말에 쉽게 속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미국의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팀이 밝혀낸 것인데, 우리 뇌에서 참말과 거짓말을 구별하는 기능은 '전측 뇌섬엽'이 담당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나이 먹은 사람들이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많고,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에 속아서 가짜 약을 구입하여 낭패를 보는 노인들도 많습니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사기까지 당해야 하니 더욱 서글픈 이야기지요.

그러나 나이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고, 세상을 바꾸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86세의 나이에 <파브르 곤충기>를 완성한 파브르도 있습니다. 파브르는 50세부터 시작하여 92세까지 42년 동안 곤충 연구에 몰두했다고 하지요.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지내던 평범한 노인이 90세에 이르러 아들의 권유로 시를 쓰기 시작하여 99세에 시집 <약해지지 마>를 출간한 일본의 시바타 도요라는 할머니도 계셨습니다. 영화감독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라는 영화감독은 106세까지 영화 제작을 하였는데 100세 이후에도 영화 <단편들>, <실비아의 나라> 등을 제작하여 최장수 현역 감독으로 활동한 분도 있지요. 이탈리아의 파브리치오 피트루치처럼 98세에 신기술 특허 등록을 하였고 지속적인 기술 발명을 한 분도 계시지요. 그리고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도 90대 후반까지 사회 공헌과 저술 활동을 하였습니다. 전직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퇴임 후 사회운동가, 작가, 인권 활동가로 끊임없는 영향력을 발휘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해외 사례 말고도 국내 사례도 많이 있지요.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은 올해 105세인데 아직도 강연 활동을 하십니다. 100세에 <100년을 살아보니>라는 저서를 출판하셨습니다. 105세에 타개하신 김병기 화가도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작품 활동을 하셨습니다. 100세에 개인 전시회도 여셨지요. 여류화가 중에서도 90세에 회화를 배우기 시작하여 98세에 개인전을 연 정옥희 화가도 계십니다. 늦은 나이에 예술에 도전하여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은 사례입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 지역에도 90대 후반의 의사 겸 교육자가 계시는데 지금도 꾸준히 운동과 연주 활동을 하시고 컴퓨터를 활용하여 각종 프로그래밍을 하고 계십니다.

노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40세에서 50세 사이를 프랑스에서는 '후추와 소금 사이'라고 말한다지요. 검은 후추 색이 밝은 빛의 예지와 드문드문 섞이기 시작하는 머리카락에 비유한 말이라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후추의 맵싸함을 닮은 패기 넘치던 젊음이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소금처럼 녹아들며 인생의 풍미를 살리고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 변해간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나이 드는 것을 서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이는 세월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계시지요. 지적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갈증을 멈추지 않는 분들이십니다. 그동안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나 방식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경험을 창조성의 뿌리로 삼은 것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뭔가 남다른 데가 있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언제까지 사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를 강조하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장밋빛 뺨, 앵두 같은 입술, 하늘거리는 자태가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이다"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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