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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서양화가 민동기 화백 고별전 '바람소리Ⅱ' 기대

4월 3~9일 중구문화원서 민 화백 고별전 개최
중구문화원·대전미술협회 등 지역미술계 버팀목
사모임 '명보회' 회원들이 마련한 '라스트 댄스'

최화진 기자

최화진 기자

  • 승인 2025-03-27 16:44

신문게재 2025-03-2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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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민동기 화백의 고별전 '바람소리2' 포스터.
4월의 봄바람이 스며드는 4월 3일부터 9일까지, 대전 중구문화원에서는 민동기 작가의 고별전 '바람소리Ⅱ'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고별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 예술가의 장엄한 여정을 기리며 그가 걸어온 길을 함께 추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특별한 자리다.

민 작가는 지난 40여 년간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강렬한 색감과 자연의 순리를 담아내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의 작품 하나하나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으며, 생명력과 열정이 넘쳐 흐른다. 특히, 파란 바람이 스치는 소리와 일렁이는 호수의 물결이 담긴 그의 수채화는 보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미술 애호가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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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화백의 '바람소리_sound of the wind'.
민 작가는 1977년 목원대 미술대학을 1기로 졸업하며 수채화를 시작했고, 이후 40여 년간 수채화에 몰두해왔다. 그는 계명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충남대·목원대·우송대·대덕대 등에서 미술 강의를 했다. 이후 우리밀 주부대학이나 공군사관학교, 대전평생교육원, 대전시민대학, 삼성문화센터, 대전중구문화원 문화학교, 대전시립미술관 문화센터, 대전 동구 용운도서관 문화학교 등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미술을 강의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1955년부터 8년간 대전중구문화원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이후 2003년 부원장으로 취임해 13년이란 긴 시간 동안 문화원의 발전과 성장을 이끌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는 자문위원으로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아낌없이 나눠주며 문화원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도왔다. 총 26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는 중구문화원과 함께 호흡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이에 그는 대전중구문화원장 표창과 감사장, 중구문화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또, 그는 대전미술협회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2000년에는 한국미술협회 대전지회장 공로상을, 2012년에는 대전광역시미술대전 초대작가상을 수상하며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시작된 그의 전시 이력은 눈부시다. 1973년 산강화랑에서 열린 2인전으로 첫 발을 내딛은 후 그는 19회의 개인전과 4회의 2인 및 부스전을 개최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펼쳐 보였다. 또, 협회전과 초대작가전 등 11회의 단체전과 10회의 초대전에 참여하며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이렇게 지난 40여 년간 약 50회의 전시회를 통해 그는 끊임없이 관객들과 소통하며 예술적 영감을 나누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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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화백의 '바람소리_sound of the wind'.
특히나 이번 전시는 민 작가의 스무 번째 개인전이자 2021년 열렸던 개인전 '바람소리'의 후속 전시다.

2021년 8월 26일부터 9월 1일까지 대전문화원에서 열린 '바람소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답답하고 암울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원한 바람을 선사하고자 마련했다.

그 당시 전시에서 민 작가는 코발트 블루 색상을 활용해 자연의 풍경과 바람 소리를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다. 그는 "내면의 이미지를 통해 바람의 소리를 시각화하고 싶었다"며, "강렬한 푸른색 수채물감으로 바람을 표현함으로써 관람객들이 자연과 하나 되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회장은 온통 코발트색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청량한 파란색의 수채화 작품들이 공간을 압도했다. 당시 라영태 대전미술협회 이사장은 민동기 화백은 수많은 '바람소리'에 천착해왔다며, 도드라진 종이에 강렬한 푸른색 수채물감으로 바람을 시각화하여 항상 흔들리는 대상이 존재해 그 간극에 바람소리가 있다고 표현하며,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민화백의 열의에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노덕일 대전중구문화원장은 붓끝에서 피어오르는 아침 호수의 물안개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미술에 더욱 정(情)이 갔다. 쓱쓱 그려내는 울림에 메아리가 새벽 호수를 만들며 화답한다. 풍덩 빠져보고 싶은 그림 속 호수. 한번쯤 지나고 싶은 호수는 민화백이 수채화란 이름으로 만들어낸 자연이다 며, 민동기 화백의 의리와 인정 넘치는 마음으로 그려내는 모든 작품은 정(情) 스럽고 더욱 아름답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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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화백의 '바람소리_sound of the wind'.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그의 지인들이 존경심을 담아 직접 마련한 특별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이 고별전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한 예술가의 인생을 기리며 그가 남긴 예술혼을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 시작은 '명보회'였다. 명보회는 '명절 전날 보문산에 가는 모임'을 줄인 말로, 34년간 이어져 온 사모임이다. 임영진 성심당 회장과 정갑용 한국그린전력 회장 등이 활동하는 이 모임은 이름대로 매년 설과 추석 그리고 칠월칠석 총 세 번은 꼭 만난다. 이들이 모여 특별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학연으로 이어진 이들끼리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곁들이며 시시콜콜 사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 모임의 일원인 민 작가는 최근 들어 급격히 몸이 안 좋아졌다. 70세 나이지만 녹내장으로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으면서 더는 캔버스 앞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것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수십 년 동안 그의 작품활동을 지켜보고 응원해 온 명보회 회원들에게 이러한 투병에 의한 불가피한 작품활동의 중단은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다. 이에 지난해 칠월칠석 모임에서 명보회 회원들은 민 작가의 고별전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고, 그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여 이번 전시가 탄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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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화백의 '바람소리_sound of the wind'.
이번 고별전은 그의 지인들이 존경심을 담아 직접 마련한 행사로, 민 작가의 예술혼을 기리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전시장을 찾는 이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그가 우리에게 남긴 소중한 유산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민동기 작가의 고별전은 단순한 이별이 아닌 그가 남긴 예술적 유산이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게 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작품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끼고 그가 전해준 따뜻한 감동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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