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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경희대·경성대 공동연구, '화병' 심리적 임상 특징 과학적 규명

사상성격검사(SPQ) 활용해 분석
맞춤형 심리치료 지침 제시
국내외 화병 증가에 관리 시급

김성욱 기자

김성욱 기자

  • 승인 2025-11-04 08:29
연구진-왼쪽부터 채한 김종우 이수진 교수
연구진(채한, 김종우, 이수진 교수)./부산대 제공
한국 고유의 심신질환 '화병'의 정신병리적 임상 특징이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부산대학교는 한국 고유의 문화적 배경에서 발생하는 심신질환으로 인식돼 온 '화병(Hwabyung)'의 정신병리적 임상 특징을 규명한 연구 논문이 최근 국제 학술지 '바이오피지코소셜 메디슨' 온라인판 10월 30일자에 게재됐다고 4일 밝혔다.



이 연구는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채한 교수 연구팀이 경희대 김종우 교수팀 및 경성대 이수진 교수팀과의 다학제 연구로 진행했다.

이번 연구로 문화적·상징적 질환으로만 인식되던 화병을 객관적 임상 연구의 틀 안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화병'은 장기간 해소되지 못한 스트레스와 감정 억압으로 인해 분노, 불면, 우울 등 정신적 증상과 함께 열감, 두통 등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그동안 고유한 발병 기전과 정신병리적 특징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불분명한 증후군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 세대와 국내 외국인 환자에서도 발생 빈도가 늘고 있어 진단 및 관리에 대한 과학적 근거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화병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한의학의 음양심리 이론을 표준화한 '사상성격검사(SPQ)'를 활용해 심신 증상과 생물심리학적 프로파일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화병 환자에게서 △높은 SPQ-B(행동적 과민성·충동성) △낮은 SPQ-C(인지적 경직성·비관주의) △낮은 SPQ-E(정서적 고립·취약성)라는 특징적 패턴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프로파일이 화병 환자의 심리 증상과 신체 증상을 설명하며, 낮은 SPQ-C와 SPQ-E가 스트레스의 내면화와 신체화로 이어지고, 높은 SPQ-B가 간헐적 분노 등 전형적 증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채한 부산대 교수는 "마치 지문처럼 화병만의 독특한 정신병리 프로파일을 발견함으로써 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과 손쉽게 구별할 수 있게 됐다"며 "사상성격검사가 정신질환의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경희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감정 억압 단계에서 시작해 신체화 단계를 거쳐 분노가 폭발하는 단계로 진행되는 화병의 악화 기전도 처음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수진 경성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SPQ-B를 낮추고 SPQ-C와 SPQ-E를 높여야 한다는 화병 심리치료 지침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 고유의 질환으로 알려져 온 화병이 '과학적으로 규명된 정신신체질환'임을 국제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통찰을 제공한다.

부산=김성욱 기자 attainuk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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