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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환의 3분 경영] 편리함만 추구한다면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정바름 기자

정바름 기자

  • 승인 2025-12-23 17:40

신문게재 2025-12-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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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환 대표
고등학생과 대학생 때에는 외우는 것들이 많았다. 웬만한 유행가 가사는 거의 외웠고, '목마와 숙녀'란 비교적 긴 시도 외웠다. 가족은 물론 친구 집, 생활에 편리한 가게의 전화번호도 거의 다 외웠다. 입사해 자동차를 구입하고 A4 용지 크기의 두터운 교통 지도책을 보며 전국을 다니며 길도 외웠다.

기계가 발명되고 발전하며 생활에서 외울 일이 많이 사라졌다. 핸드폰의 성능이 개선되며, 전화번호 외울 일이 없다. 연락처 저장 기능이 있어 등록만 하면 되고, 검색 기능이 있어 식당이나 상점, 정보와 자료를 찾으면 된다. 모르는 길도 네비게이션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노래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가사 외울 일이 없어졌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급격하게 전환되며 AI(인공지능) 발달은 사고의 영역을 급속하게 저하 시킨다. 문제가 발생하거나 방안을 찾을 때, 쳇GPT에 문의하면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제안서, 보고서, 홍보물까지 만들어 준다. 워드로 작성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파워포인트로 예쁘게 전환해준다. 자료의 수집, 틀 구성, 정리 방법의 고민이 사라졌다. 점차 일하는데 AI의 도움을 받는 일이 많아지고, 익숙해질 것이다. 고민하지 않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하니, 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높아지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묻는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복잡하고 힘든 일에 대한 거부이다. AI로 쉽게 일 하는데 익숙해졌는데, 갑자기 고민해야 할 일이 발생하면 견디기 어려울 듯하다. 육체적 성숙 못지않게 정신적 성숙도 중요하지 않은가?

5살 손녀가 놀러 왔다. 할머니 핸드폰으로 능숙하게 이것저것을 찾아보며 웃는다. 손녀는 글을 읽지만 절대 책을 보지 않는다. 책 읽으라고 하면, 공부는 유치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릴 적부터 편하고 익숙해짐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좀 더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는 우리의 모습이 아쉽다.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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