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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역설적으로 생각해본 청산별곡

김미소/대덕대 외국인 요양보호사 교육실장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6-01-04 10:07
저는 대학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요양보호사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에서 피부색 다른 외국 청년들을 만나게 되면 조국을 떠나 우리나라에 와서 직업을 찾는 그들의 모습에서 고려시대 가요인 청산별곡 주인공이 생각나곤 합니다.

왜냐하면, 청산별곡의 화자는 청산이나 바닷가에서 살고 싶다고 하면서 세상을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수 있을 것이지요. 인간은 누구나 삶이 괴롭기 때문에 피안을 지향하고, 속세를 떠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은 한국어 능력 부족이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엄격한 위계질서, 회식 문화 등 한국 특유의 직장 문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혼란스러워하며, 전공이나 전문성을 살릴 기회보다 통역 등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역할만 기대하는 것 같아 혼란스럽다는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한국 생활 중 언어 문제와 더불어 외로움을 호소하며, 채용 거부, 불이익 등 직간접적인 차별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청산별곡 화자는 "살어리 살어리랏다 靑山(쳥산)애 살어리랏다. 멀위랑 ㄷ·래랑 먹고 靑山애 살러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라고 하소연에 가까운 넋두리를 합니다.

이런 넋두리는 일반적으로 역설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해석이 맞을 것 같아요.



왜 서정적 자아는 "살어리 살어리랏다 靑山(쳥산)애 살어리랏다. 멀위랑 ㄷ·래랑 먹고 靑山애 살러리랏다."라고 하였을까요? 가족과 함께, 그리고 정다운 이웃과 함께 사는 것이 생을 받은 인간들의 행복의 조건인데 말입니다. 그런데도 "멀위랑 ㄷ·래랑 먹고 靑山애 살러리랏다."라고 하면서 후렴구에 가서는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라고 하였습니다.

강헌규 전 공주대 교수께서는 어느 회식 자리에서 후렴구에 나오는 '얄리'라는 어휘는 고려시대 '소고기'라는 뜻으로도 사용되었다 하셨습니다. 그래서 후렴구를 고려시대 뜻으로 해석해보면, "소고기 소고기, 소고기 먹고싶네 소고기 소고기가"라고 해석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청산별곡에는 서정적 자아가 주어진 현실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이상향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상황적 역설이지만, 결국 도달할 수 없고, 현실에 머물수 밖에 없다는 체념에서 낭만적 아이러니를 살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대덕대에서 외국인 요양보호사 교육 실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대부분 외국인 청년들을 청산별곡의 서정적 주인공과 비교해 봅니다. 자신의 조국을 떠나 청산으로 보이는 대한민국에 와서 일자리를 찾아 헤메는 청년들을 수없이 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6개월 동안 수업을 받고 자격증을 따서 일자리를 찾은 외국인 청년들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희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들은 머루랑 다래를 먹으며 홀로 청산에 살 필요도 없을 것이고, 무심코 던지는 돌에 맞아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라는 탄식도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직도 소득이 적은 국가에 희망없이 살면서 얼마나 암담하였을까요? 그들도 우리나라에 오기 전까지는 ㄴ·ㅁ·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ㄹ·래 살겠다는 비관적인 마음도 갖고 있었을 것이며, 사ㅅ·미 지ㅯ대에 올아셔 ㅎㆎ금(奚琴)을 혀는 것을 듣겠다는 넋두리도 하였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청산별곡은 현실 도피를 갈망하면서도 실제로는 이상향에 도달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방황하는 화자의 모습에서 나타납니다. 보세요. 얄리얄리얄라셩과 같은 후렴구로 경쾌함을 더하지만, 이는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한 일종의 자기 위안이며, 결국 청산에 '살리라'는 소망과 달리 '살어리랏다'(살았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탄식으로 마무리되어, 이상향 추구와 현실의 괴리, 낙천적 태도와 비애감이라는 상반된 정서가 공존하는 것이 핵심적인 역설입니다. 3연에서 새와 짐승이 되어도 짝을 잃고 외로워하는 모습은, 자연 속으로 숨어도 근원적인 외로움과 고독은 피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이상향으로 여겼던 '청산'마저 결국 떠나야 하는 상황은, 진정한 안식처란 어디에도 없다는 허무함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동남아 청년들을 이런 관점에서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들게 될까요?

김미소/대덕대 외국인 요양보호사 교육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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