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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숨으로 말하는 아이

이상철/시인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6-01-11 10:45
아이는 내년이면
초등생이 된다

밥을 잘 먹고
엄마의 말에
고개로 대답한다.



오늘도 말없이
동화책을 넘긴다

소리가 닿지 않아
말이 오지 않았다고
의사는 말했다

오늘도
집 안에서
목 소리들이 부딪힌다



아이는
엄마 앞에 서서
자기 입을 손가락으로 누르고

아빠 앞에 서서
가만히
눈을 올린다

창 밖으로
햇빛이 스민다



지친 엄마의 목을 안고
아이는 잠들고

아빠는
창밖을 본다
몸이 기울어
잠든다

아이가 다가온다
입술이 떨린다

말[言語]이 되지 못한 숨
웅어리는 소리

방 안에
껴안긴 울음이
천천히 번진다

조용한 오후
아이는 피아노 앞에 앉는다

멀리서 들리듯
끊어지듯

숨과 숨 사이
석류알 터지기 직전의
침묵

아이는
노래하지 않는다

다만
온 방에
소리를 얻는다

이상철 시인
이상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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