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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행정수도 너머의 정신수도 '세종'

임성만 세종의 정신 확립을 위한 시민모임 대표

이희택 기자

이희택 기자

  • 승인 2026-03-10 14:58
국가상징구역 전경(전월산)
전월산에서 바라본 국가상징구역 전경. 사진/이희택 기자
세종시에 조성되는 국가상징구역에는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대한민국 국회 세종의사당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한민국 정치와 행정의 중심 기능이 세종으로 확장되는 역사적인 전환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국가상징구역은 단지 권력기관이 모여 있는 행정 공간에 그쳐야 하는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정신을 담는 상징 공간이 되어야 하는가.

국가의 상징은 건물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 공간에 담긴 철학과 정신에서 비롯된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가 들어선다고 해서 저절로 국가 상징성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공간이 어떤 역사와 어떤 가치, 어떤 국가 철학을 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세종이라는 이 땅에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가 하나 전해 내려온다.

조선의 성군 세종대왕은 고려 말 충신이었던 임난수 장군의 충절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 고려가 멸망한 뒤에도 끝까지 절의를 지켰던 그의 충성을 기리기 위해 세종대왕은 이 지역의 넓은 땅을 사패지로 내려 그의 후손들에게 하사했다.

나라에 대한 충절과 의리를 기리는 뜻에서 내려진 땅이었다.



600 년 세월이 흐른 뒤, 놀랍게도 바로 그 땅 위에 오늘날 대한민국의 새로운 행정 중심도시인 세종시가 세워졌다. 마치 세종대왕이 먼 미래를 내다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나라의 충절을 기리는 땅 위에 이제 대한민국의 행정수도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역사적 이야기는 우리에게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세종시에 들어서는 국가상징구역은 단지 정치기관이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신과 가치가 함께 서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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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만 대표
그 정신의 중심에는 역시 세종대왕의 철학이 놓여야 한다. 세종대왕의 정치에는 네 가지 큰 정신이 담겨 있다.

첫째는 애민의 정치다.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의 삶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다.

배고픈 백성이 없는지 살피고, 백성이 더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정치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세종은 몸소 보여줬다.

둘째는 실사구시의 정치다. 말이 아니라 현실을 바꾸는 정치다.

이념이 아니라 실제로 도움이 되는 길을 찾는 정치다. 세종은 과학과 제도를 통해 백성의 삶을 실제로 변화시켰다.

셋째는 균형의 정치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정치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갈등 속에서도 조화를 찾는 정치다. 이것은 동양의 지혜인 중용(中庸)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넷째는 소통의 정치다. 세종은 혼자 결정하지 않았다.

신하들과 토론하고 학자들과 논의하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정책을 만들었다. 정치는 명령이 아니라 소통 속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온몸으로 입증했다.

이 네 가지 정신은 단지 한 왕의 통치 방식이 아니다. 오늘날 민주국가가 지향해야 할 정치의 원칙이기도 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세종이라는 도시의 이름은 단순한 역사적 기념이 아니다. 그 이름 속에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정치와 국가 운영의 철학이 담겨 있다.

세종시는 단순한 행정도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행정이 만들어지는 도시이며, 새로운 정치문화가 시작되어야 할 도시다. 따라서 세종의 국가상징구역은 건물과 광장을 넘어야 한다. 그 공간 속에 대한민국의 국가정신이 함께 담겨야 한다.

충절을 기리기 위해 내려진 땅. 그 땅 위에 세워지는 행정수도. 이 역사 속에서 우리는 하나의 상징을 읽을 수 있다. 세종의 국가상징구역은 권력기관의 집합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가치와 철학을 보여주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애민, 실사구시, 균형, 소통이라는 세종대왕의 정치 철학이 자리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세종은 행정수도를 넘어 대한민국의 정신이 살아 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임성만 세종의정신확립을위한 시민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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