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은 높은 연세에도 의자에 반듯하게 앉으셔서 명확한 목소리로 높낮이 없이 거의 한 시간여 강의를 하시는데, 평소 바른 성품을 보는 듯해서 저절로 존경심이 생겼다. 특히 참 기독교인에 대해 여러 비유를 들면서 말씀하시는데 문득 미서부 여행 중에 만난 일행이 떠올랐다.
오랜 교우인 그들은 미국으로 이주하신 지인 목사님 댁을 방문하러 가는 길에 미서부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한데 국내에서 전 일정을 여행사 패키지 상품으로 떠난 나와는 달리 그들은 왕복 항공권은 개별 발권, LA에 도착하여 1박 한 후 LA에서 출발하는 현지 여행사 미 서부 7박 8일 일정에 합류했다.
그들은 대부분 조용한 성품으로 외모도 출중한 데다 지성미가 돋보였다. 게다가 가끔 성경책을 꺼내 읽는데 정말 정형적인 기독교인의 참모습이었다. 혼자 멍하니 있는 내게 틈틈이 말도 해주고 혹시라도 내가 뒤처지면 달려와서 길을 안내해 주는가 하면 뷔페식 식사를 할 때는 손짓으로 불러서 그들 일행과 같이 앉게 배려했다. 나는 그런 그들이 정말 고마웠다. 종교는 다르지만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같이 봉독하며 찬송가도 함께 부르니 일행을 잘 만난 듯해서 더없이 기뻤다.
그런데 여행 3일째 되던 날이었다. 그중 팀 리더인 듯한 분이 다가오더니 그들 일행 중 한 분과 룸메이트를 같이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들은 7명으로 여행사 일정은 2인 1실이어서 현지에 와서 룸 하나는 트리플 룸으로 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트리플 룸이 빈방이 없었던 것이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2인 1실에서 이틀간은 서로 번갈아 가며 3명이 잤는데 더는 못 자겠다고 서로들 투덜투덜 대다가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거절했다. 나는 초저녁잠이 많은데다, 새벽에는 일찍 일어난다. 특히 옆에서 부스럭 거리면 잠을 못 자서 1일 100불씩 추가 요금을 더 내고 싱글 룸을 택한 거였다. 상대는 실망한 내색이 역력했다. 그런데도 몇 번 더 부탁하기에 난감하던 중 문득 일행 중에 혼자 오신 여성분이 생각나서 그분께 가보라고 했다. 그분은 내가 혼자 다니니까 나한테 싱글 요금을 환불받고, 자신과 같이 지내자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였다. 그들은 다행히 그분과 얘기가 잘돼서 같이 있게 됐다.
그런데, 그 후 그 교우 일행이 나한테 대하는 것이 180도 달라졌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할 정도로 냉랭해져서 내가 당황이 될 정도였다. 하다못해 그 옆을 지나가도 못 볼 것을 본 듯 외면했다. 한번은 식당에 들어가자 나는 빈자리를 찾아 무심코 그 일행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 앉으려는데, 그 팀 리더가 벌떡 일어나더니 저만큼 있는 사람을 손짓으로 불러서 그 자리에 그녀를 앉혔다. 나는 맹추같이 언뜻 그 상황이 이해가 안 되었다. 그들이 룸메이트를 만난 것도 내가 그분을 알려줘서 만난 건데 그들은 내게 고마워하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나를 냉대했다.
미 서부 7박 8일 여행하는 동안 너무나 달라진 그들 모습을 보면서 잠깐이지만 종교에 대해 회의도 가졌다. 하지만 그건 종교 때문이 아니고 그분들 개인 인성이 문제일 뿐 종교와는 상관없을 것이다. 그 일행은 틈만 나면 기도하며, 성경책을 읽고, 최종 목적지 또한 목사님 댁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니까 그들이 나한테 친절했던 것은 일행 중 한 명을 내 룸메이트로 부탁하려고 했던 것 같다.
언뜻 보기에 부잣집 사모님으로 보이던데 당당히 추가 요금 내고 싱글 룸을 쓰면 될 것을. 오직 그들이 섬기는 그들만의 하나님 세계에서 우리와 다른 생을 사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그건 물론 전 기독교인이 아닌, 지극히 개인 성향으로 그들 몇몇 이야기이지만 그 당시 너무나 강하게 어필이 되어선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김형석 교수님의 <인생 강연> 동영상을 보는데 문득 그 생각이 났던 것도 그래서였다. 정말 이 세상을 살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는 무엇이며 진정한 종교인의 생활은 무엇인가에 대해 부단히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민순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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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순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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