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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양진 충남대 교수 |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수도권 반도체 공장 전력 공급을 위해 초고압 송전선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과 SK가 참여하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없이는 가동이 어렵다. 수도권은 전력 자립률이 낮아 지방에서 생산된 전력을 끌어와야 한다. 이에 맞추어 정부는 고압 송전선 노선 70여 개를 새로 건설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방 주민과 환경단체는 이를 '에너지 식민지화'라고 부르며 강하게 반발한다. 송전탑 건설은 산림 훼손, 생업 공간 단절, 생태계 파괴 등을 불러올 뿐 아니라 주민 생활권을 침해한다. 특히 장거리 송전은 전력 손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며, 지방에서 생산 가능한 태양광·풍력 전력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출력 제한'을 심화시킨다. 최근 대전, 충남과 전북 등지에서는 송전선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집회가 이어지고 있으며, 환경 관련 단체는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장기적 정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갈등은 단순한 송전선 문제가 아니라 한국 에너지 정책의 구조적 전환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재명 정부는 2025년 여름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구조로 나아간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해상풍력·태양광을 주력으로 하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25년 35GW에서 2030년 100GW로 두 배 이상 늘리면서, 서해안을 시작으로 전국을 연결하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발전원의 교체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다. 재생에너지를 보조적 전원이 아닌 주력 전원으로 격상하면서 지역에서 생산하여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의 분산형 전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송전선 갈등을 완화할 뿐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에도 이바지한다. 더 나아가 재생에너지 산업을 미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기후 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전라북도 새만금 지역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를 조성해 국가 재생에너지 전환의 상징적 모델로 변화하고 있다. 이미 1.5GW 규모의 태양광 재생에너지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통해 대형 산업단지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3월 초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약 9조 원을 투자해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 시설 등 혁신성장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사례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지역 발전과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한국의 에너지 구조의 취약성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수도권 송전선 건설과 관련된 갈등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전략이다. 국제 정세의 불안, 국내 갈등, 그리고 에너지 체계의 장기적 전환 계획은 모두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한국은 이제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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