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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건 노사발전재단 충청지사장. |
살아남은 우리의 책무는 무엇일까. 오늘 그 책무에 대한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다는, 사회공동체의 '제도적 치유(制度的 治癒)'를 위한 사회적 환기 차원에서 무겁고도 펼치기 힘든 두루마리 종이를 조심스레 펼쳐 보려고 한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은 1981년 12월 31일 제정됐다. 이전(1953년)에는 근로기준법에서 '안전과 보건'에 관한 장(障)으로 규정했고, 별도의 독립된 법률은 부재했다. 이후 1990년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면 개편을 통해 그 골격을 완전히 바꿨다.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강조하고, 위험성 평가 제도의 도입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1990년 전면 개편 이후 28년 만인 2019년에 다시 한번 전면 개정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를 산업안전보건법 보호 대상에 포함하고, 원청(도급인)의 안전조치 의무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처벌 수위 또한 높이게 됐다.
이러한 법 개정의 과정에서 중요한 규정이 우리 산업안전보건법에 처음 등장하게 되는데, 1990년 전면 개편 때 도입된 '근로자의 작업중지' 조항이 바로 그것이다. '작업중지권'은 노동자가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실정법상의 권리이다. 1990년 1월 13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때 당시 법 규정은 제26조(작업중지 등) 제2항에서 "근로자는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했을 때, 이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의 염려가 있을 수 있다고 해 노동자의 심리적 부담을 덜고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도록 1996년 법 개정 때 작업중지권 행사로 인한 '불이익 처우 금지'를 명문화하게 됐다. 이후 2019년 전부 개정에서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한 사용자를 형사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위험 상황이 해소된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사용자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산업 현장에서는 일부 대기업 건설사 등을 제외하면 여전히 작업중지권은 생소한 권리로 생각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안전보건관리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도 많고, 작업중지권은 그야말로 '캐비넷에 보관된 장식품'과도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이제 더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가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법에서 정한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더 구체적인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고, 산업 현장의 노사는 정부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회·경영 위험'을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자는 다음의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산업안전보건법의 법 명칭을 '노동안전보건법'으로 개정했으면 한다. 주지하다시피 이 법률 명칭은 1981년에 이루어진 작명이다. 법이 보호하고 지키는 주된 핵심 가치에 따라 법률의 명칭을 정한다고 한다면 '산업'이 아니라 '노동'이기 때문이다.
둘째,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근로자의 작업중지) 제1항의 '급박한 위험'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예시적으로 명시하는 개정이 필요하다. 우리 판례(대법원 2018다 288662)도 "근로자가 주관적으로 위험하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작업중지권 행사는 정당하다"고 판시해 작업중지권 행사의 기준을 다소 폭넓게 바라보는 입장이기는 하나, 판례의 기준만으로는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이에 대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셋째, 입법적 보완과는 별개로 노사가 소통 채널을 다양하게 확보하고,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법률에 따라 공동으로 수립할 수 있는 정부 지원 제도를 많이 활용했으면 한다. 노사발전재단은 상생파트너십 종합지원사업을 통해 원·하청 공동의 안전 체계 구축, 안전·보건 이슈 공동 대응, 작업장 위험 요소 개선 등을 위한 파트너십 프로그램에 대해 사업장 단위 최대 4000만원, 지역·업종 단위 최대 8000만원을 심사를 통해 프로그램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박대건 노사발전재단 충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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