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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아이들과 함께한 관악부

최종진 동명중 교사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26-05-21 17:20

신문게재 2026-05-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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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진 동명중 교사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보문산 자락의 전교생 120명의 작은 소규모 중학교다. 2025년부터 영상과 연주 부분의 특성화중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원도심 지역의 여느 학교와 같이 학생 수 감소로 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많아지고 폐교 위기까지 직면했던 학교이다. 처음 이 학교에 임용됐을 때, 두 가지 원칙을 가지고 고민했다.

첫 번째는 학교는 학생들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도심의 특성상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사랑과 관심이 부족한 환경의 아이들이 많았고 어찌보면 가정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은 반 친구와 선생님들과 보내야 한다. 이런 환경의 아이들에게 설레임 가득한 등굣길을 무엇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두 번째는 인성이 기본이 되는 학교생활이다.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 부족한 환경에서 점점 거칠어지는 아이들의 말과 행동들을 어떻게 순화시킬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원칙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거의 대부분의 남자 아이들이 거치듯 나도 중학교와 고등학교 생활에서 순탄하지 않은 사춘기를 거치며 방황을 많이 했다. 그때 나를 잡아주고 기다려 준 고등학교 은사님의 생각에 나도 본받아 비슷하게나마 아이들을 대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내 고민과 해답을 이야기하니 모두 반대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 했다. 그래, 생각해보니 나는 고등학교 은사님처럼 넓은 마음과 포용력이 부족하다.

그럼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악기를 다루는 법이라 그것으로 방법을 찾아보았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초록우산 오케스트라로 알려지며 활동하는 오케스트라의 롤모델인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가 음악을 위한 사회 행동으로 당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무식한 것이 용감한 거라고 2016년 클라리넷 6대로 6명의 아이들과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했다. 내가 다룰 줄 아는 악기가 관악기고 대전은 대한민국 관악의 역사에 많은 영향을 준 지역이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 대전에 있는 고등학교에 관악부가 없는 학교는 없었다. 매년 일본과도 교류 연주회를 가져 벌써 30회가 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지역의 음악적 환경에서 주변의 도움을 받아 지금은 특성화 중학교로 전환해 전교생 120명 중 63명의 윈드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음악으로 아이들과 접하다 보니 모든 고민이 해결됐다. 고맙게도 사춘기나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많던 학생들이 다시 돌아오는 일이 많았다. 부모의 이혼으로 졸업을 포기했던 아이가 돌아오고 입학식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선생님들과 마찰이 잦았던 아이가 꿈을 찾아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아이들은 졸업할 때 배꼽 인사를 공손히 하고 졸업했다. 대전예술고와 서울예술고에도 진학해 전공을 하는 학생들도 생겼다. 졸업 후 20대가 된 아이들은 아직도 스승의 날 때쯤 학교로 인사를 온다. 이를 보면 음악 활동으로 스승과 제자는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고 친구들과는 밤새 떠들 수 있는 추억의 소재가 된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세계 대재앙의 시대에 대전 관내 학교에서는 음악 활동이 매우 축소돼, 유지하는 곳이 많이 사라졌다. 음악이라는 분야에 대한 부족한 예산도 음악 활동을 축소시키는 데 한 축을 담당했다. 고맙게도 요즘 다시 음악부를 살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무에서 유를 창조하거나 거의 사라졌던 동아리를 다시 만들기에는 담당하는 교사가 예산의 확보와 다른 교사 및 학생,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마음이 힘들고 어려운 학교 여건이 많다. 그 어려움을 이겨내며 묵묵히 달려가는 선생님에게 같은 길을 걷는 한 사람으로서 존경과 박수를 보내며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애교심 향상과 적응력 등 인성을 위해서도,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졸업 후에는 학창 시절의 추억의 한 자락을 위해서도 대전 학교 관악이 다시 한번 꽃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최종진 동명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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