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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사이렌의 역겨운 미감

김홍진(한남대 교수/문학평론가)

최화진 기자

최화진 기자

  • 승인 2026-05-27 16:52

신문게재 2026-05-28 19면

시애틀의 해양 문화와 소설 속 인물에서 유래한 스타벅스는 사이렌 로고를 통해 독보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며 한국 내 매장 수 세계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부적절한 마케팅 문구를 사용하여 비극적인 역사를 조롱하고 폄훼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자본주의의 상업 논리가 공동체의 아픈 기억과 역사를 혐오의 방식으로 소비하려 한 저급한 행태로, 브랜드가 쌓아온 상징적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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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한남대 교수/문학평론가)
스타벅스와 보잉사,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 주연 로멘틱 멜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커트 코베인을 중심으로 한 록 그룹 《너바나》의 항구 도시 시애틀. 아, 커트 코베인의 낮고 우울한 음색처럼 하염없이 내리는 비도 빼놓을 수 없겠다. 오래전 샌프란시코에서 캐나다 밴쿠버 여행을 위해 잠깐 들렀을 때도 그칠 듯 말 듯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거기서 나는 비와 함께 우수에 젖어 처음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맛봤다.

스타벅스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우리에겐 《백경》으로 번역 소개된 소설의 등장인물 스타 벅에서 유래한다. 그는 포경선 피쿼드호의 광기에 사로잡힌 선장 에이허브와는 대척되는 인물로 신중하고 이성적이며 현실적인 인물이다. 처음에는 배 이름 피쿼드를 브랜드 명으로 하려다 발음이 커피 브랜드로는 거칠어 소설 속 일등 항해사 스타벅에 'S'를 덧붙여 좀 부드러운 느낌의 스타벅스로 이름 지었단다. 시애틀이 항만 도시인 까닭에 해양 문화적 감성과 이미지를 이 소설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나 식사 장면에서 커피가 언급되긴 하지만, 그가 특별히 커피 애호가란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

창업자들은 시애틀의 지역성으로 바다와 항해, 항만 도시 분위기, 커피 무역의 상징성을 브랜드 정체성에 담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런 의도는 두 꼬리 사이렌으로 형상화한 로고에도 반영되어 있다. 인어는 꼬리가 하나지만 스타벅스 사이렌은 두 개다. 이는 중세 유럽의 해양 삽화나 목판화 스타일에서 차용한 것으로 바다를 건너오는 커피, 항해와 무역, 신비롭고 매혹적인 경험을 표상한다. 지금은 흰색과 초록의 색채 대비와 파도치는 듯 길게 늘어트린 일렁이는 머리칼, 두 갈래로 펼쳐진 꼬리가 좌우 대칭으로 표현된 가운데 가느다란 몸매에 비해 얼굴이 크게 전경화된 형태다. 애플의 사과, 나이키의 스우시처럼 사이렌만으로도 브랜드 인식이 가능한 상징적 기호 가치를 함유한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1999년 이대 1호점으로 문을 연 이후 올해 4월 기준 국내 매장 수는 이 좁은 땅에 무려 2,131개, 미국(17,049개)과 중국(7,689개)에 이어 매장 기준으로 3위 국가다. 그런데 이 굴지의 브랜드가 말썽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춘 이벤트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이란 문구, 맥락상 이런 환유는 당연히 46년 전 군사정권의 무자비한 국가폭력과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고문치사를 연상케 한다. 그룹 총수의 과거 행태를 생각하면 비극의 역사를 폄훼 조롱하려는 반역사적이며 혐오적인 역겹고 구린 미감은 심증을 확증으로 확정한다.



몇 해 전 베레모를 쓴 체 게바라의 얼굴 사진을 새긴 티셔츠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한 적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본주의의 문화적 포섭 또는 비판의 상품화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자신을 적대하는 저항과 비판, 반대와 전복의 상징까지도 시장 논리로 흡수하는 포식성을 자랑한다. 그 결과 저항의 상징은 의미가 탈색되고, 소비를 통해 정체성을 표현하는 기호로 재구성된다. 결국 저항과 비판의 언어는 체제 바깥을 향하는 힘을 잃고 체제 내에서 유통되는 기호 이미지로 변환 소비된다.

경제 동물들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시장 논리는 상징 가치마저 상품화한다. 문제는 이런 맥락을 넘어서 비극의 역사까지 조롱과 혐오의 방식으로 유통하려 할 때다. 그 순간 스타벅스는 더 이상 커피를 팔지 않고 기억을 조롱하고, 상처를 마케팅하며, 공동체의 비극을 엽기로 환전한다. 이번 사태는 저급한 물신 욕망이 피와 죽음, 역사의 비극까지 혐오적으로 유통하려 한 데 있다. 시애틀의 추억, 신비와 매혹의 사이렌이 눈물을 흘린다.

김홍진(한남대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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