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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창업은 늘었는데 왜 성장 못하나 - 대전이 답을 찾고 있다

박정용 한남대 교수

이상문 기자

이상문 기자

  • 승인 2026-05-28 16:57

신문게재 2026-05-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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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용 한남대 교수
5월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6년 제2차 중소기업 정책 심포지엄'의 화두는 명확했다. "창업은 늘었는데, 왜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가?" 숫자만 보면 화려하다. 올해 정부의 창업지원 예산은 3조 4,645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111개 기관에서 508개 사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창업기업은 급증했으나 스케일업(규모 확대)에 성공하는 기업은 여전히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이날 발표자들은 창업정책이 양적 확대 중심의 한계에 직면했다고 입을 모았다. 창업의 문을 넓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의 성장 경로를 정교하게 설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벤처기업과 액셀러레이터 등 핵심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창업 생태계의 취약성과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마침 우리 지역 국립한밭대 백강 교수(창업경영학과)의 발표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백 교수는 "지자체와 대학 간 협력적 거버넌스를 공고히 다져야 한다"며 "대학이 경험 중심의 전문 교육을 통해 양성한 인재들이 지역 스타트업과 연결되도록 돕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매개체'다. 대학이 단순히 졸업생을 배출하는 공급처에 그치지 않고, 인재와 지역 기업을 실질적으로 잇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창업 이후의 성장 경로를 대학이 함께 설계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묵직한 메시지다. 이는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ANCHOR(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 재구조화' 방향과도 정확히 맞물린다.

그렇다면 대전은 이러한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최근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가 발표한 '대전형 소셜벤처 도약' 선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전혁신센터는 중앙로 원도심 일원에 소셜벤처 특화거리를 조성하며, 대전을 기술창업을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의 도시'로 진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성과도 뚜렷하다. 2025년까지 총 318개의 기술기반 소셜벤처를 발굴해 누적 매출 1254억 원, 신규 고용 996명, 투자유치 458억 원을 달성했다. 7년간 묵묵히 쌓아온 축적이 비로소 성과로 증명되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대전혁신센터 대표의 말처럼, 대전의 소셜벤처 생태계는 단순 지원을 넘어 '성장 경로가 작동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이 있다. 진정한 '성장 경로의 작동'은 단일 기관의 단편적인 프로그램 나열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더 중요한 것은 우수한 창업가와 인재 그룹을 유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축적하여 단계별 성장 프로그램으로 연계하는 '연속성'에 있다. 지원사업에는 필연적으로 당락이 존재한다. 그러나 단 한 번의 탈락으로 창업가를 생태계 밖으로 밀어내서는 안 된다. 고배를 마신 창업가에게도 후속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새로운 지원 정보를 공유하며, 지역의 선후배 창업가들과 끊임없이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패자부활의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역의 촘촘한 '창업 인재풀(Pool)' 관리이자, 창업가에게 필수적인 '실패와 재도전'의 기업가 정신을 기르는 길이다.

"창업은 늘었는데 왜 성장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 대전은 '단계별 지원, 대학·지역·기업의 협력, 성과 중심의 집중'이라는 정석적인 답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범답안을 완성하는 최종 해법은 창업가 개인의 각자도생에 있지 않다. 지역이 먼저 창업 인재들을 하나의 풀로 귀하게 품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닻을 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는 정성에 있다. 인재를 머무르게 하고 끊임없이 순환시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대전의 창업 생태계가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진짜 원동력이다.
박정용 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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