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대신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고, 단순한 처벌 강화보다는 비행 청소년의 재범 방지와 실효성 있는 사후관리 체계 마련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현장 전문가들은 소년 위탁보호위원 제도의 내실화와 보호관찰 인력 확충을 통해 지역사회의 관리망을 강화하고, 비행 초기 단계부터 밀착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나아가 소년범죄 예방을 전담할 컨트롤타워 신설과 연령별 맞춤형 교화 기준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소년범들이 사회로 건강하게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의는 결국 만 14세 미만을 형사 처벌하지 않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대신 경찰 조사권 부여 등 제도 보완이 추진되면서 촉법소년 문제는 단순한 연령 기준 논쟁을 넘어섰다.
대전을 비롯해 충청권에서도 촉법소년 비행이 늘고 있고, 현장에서는 처벌과 낙인, 교화와 사후관리 사이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중도일보는 '비행과 범죄 경계 선 촉법' 기획시리즈를 통해 지역 촉법소년 범죄 실태와 보호처분 이후 관리 체계, 충청권 교육·보호 현장에서 요구되는 제도 개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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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 부모님 이혼 후 4살 때부터 조부모와 함께 생활한 A군은 초등학교 시절엔 각종 수상에 학급 부반장을 맡곤 했지만, 중학교 입학 후 그릇된 교우 관계로 엇나가기 시작했다.
비행 청소년과 어울리면서 절도 행각을 벌였고 결국 붙잡혀 소년 보호관찰과 수강 명령 대상이 됐다.
당시 만 14세 미만으로 촉법소년이었던 A군은 대전보호관찰소에서 2년간 총 31회 관리·감독 지도를 받았다. 수차례 교육과 상담, 반성의 시간 끝에 불량 교우와의 관계를 끊고 방황을 멈춘 A군은 진로를 고민하던 중 복싱 선수가 되기로 다짐했다.
이후 2024년 지역 복싱대회에선 중등 부문 1위, 지난해는 청소년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에 입상하면서 국가대표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재단법인 자녀안심재단이 모범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에게 지급하는 장학금도 받았다. A군은 중도일보를 통해 보호 처분 이후의 달라진 삶과 당시 도움받았던 보호관찰관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A군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선생님(보호관찰관)들의 도움을 받아서 극복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는 현행 유지로 정리됐지만, 지역 현장의 숙제는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비행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보호처분 이후 다시 범죄로 돌아가지 않도록 붙잡을 지역사회 관리망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전은 교통 접근성이 좋아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가정 밖 청소년도 적지 않은 만큼, 비행 초기 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 맡는 '소년범죄 예방 컨트롤타워' 성격의 전담기관 신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28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최근 대통령 지시에 따라 성평등가족부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 필요성에 관한 두 달간의 대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연령 하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부처 차원에서 만 10세에서 14세 미만(중학교 2학년) 기준을 유지하자는 결론이 나왔고 정부의 최종 판단만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행 유지로 가닥이 잡히면서 논의의 초점은 연령 문제를 넘어 실효성 있는 촉법소년 관리 체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로 옮겨가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초기 비행을 막고 재범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보완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선 '소년 위탁보호위원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탁보호위원 제도는 소년법상 1호부터 10호까지 보호처분 가운데 비교적 초기 비행이나 경미한 범죄로 1호 처분을 받은 소년범을 대상으로 보호조치와 진로·고민 상담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각 지역의 가정법원에서 위촉한 보호위원들이 이러한 역할을 하는데, 주로 SPO(학교폭력전담경찰), 청소년 상담사, 사회복지사, 교수, 전직 교사 등이 대부분이다. 대전가정법원은 총 104명의 보호위원을 위촉했다.
문제는 위원마다 참여도와 활동 방식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통 6개월간 활동하지만, 최소한의 대면 상담 또는 전화로 안부를 묻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위탁보호위원 인력풀을 지역사회 전반으로 넓혀 지역의 청년 사업가, 자영업자, 문화예술인, 체육인, 전문직 등 진로와 생활의 구체적 모델을 보여줄 수 있는 이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의 경우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가정 밖 청소년도 적지 않아 청소년비행예방센터와 보호관찰소 내 소년보호관찰 기능을 통합한 전담기관 설립도 지역 특수성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재 대전은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 80여 명을 보호관찰관 1명이 맡는 구조여서 인력 증원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의 소년범죄 예방 정책과 전담 대응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소년범죄 예방 정책은 법무부에서 담당하는데 2017년 부산 여중생 사건 이후 소년범죄 예방팀이 생겼으나 여전히 정식부서가 아닌 임시조직에 그친다. 이에 전국 소년 보호관찰과 비행 예방 업무를 관리하는 소년범죄예방과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재범이나 강력 사건을 일으킨 소년범의 경우 소년원 출소 이후에도 보호관찰관의 관리·감독과 사회봉사가 추가로 이뤄지는 이중 제재가 필요하다"라며 "연령 하향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1살 차이만으로도 범죄 발생 건수와 수위가 극명하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현행법이 유지된다고 하면 현재와 같은 단순 관리·감독 방식이 아닌 연령에 따른 처벌과 교화 교육에 대한 세부적 기준안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끝>
이현제·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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