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새바위 전설은 병든 아버지를 위해 한겨울 죽순을 구한 효녀가 계모의 시기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해 바위가 되었다는 애절한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이 설화는 맹종 설화나 바리데기 신화와 유사한 효의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선한 희생이 반드시 보상받지 못하는 현실의 냉혹함과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는 교훈을 전합니다. 결국 가새바위는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인간 갈등을 조명하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삶의 지침과 인간다움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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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솔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전경 사진=권소민 소장 |
옛날 도솔산 자락에 한 부부가 외동딸과 함께 단란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새어머니가 작은 딸을 데리고 들어오면서 비극이 시작되었습니다. 큰딸은 새어머니의 구박 속에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으며 힘겹게 살아가게 되었지요. 그러던 중, 아버지마저 중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큰딸은 병이 나아지기를 간절히 기도했고, 효성에 감동한 산신령은 죽순이 약이라는 계시를 주었습니다. 또한 영험한 호랑이를 보내 산길을 지키게 했지요.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며칠 동안 산속을 헤매던 큰딸은 마침내 기적적으로 죽순을 찾아냈습니다. 큰딸이 무사히 내려가는 모습을 본 호랑이는 다시 산으로 돌아갔지요. 하지만 마을 어귀에서 기다리던 계모와 이복동생은 가위로 그녀를 죽이고, 자신들이 죽순을 찾은 것처럼 꾸며 아버지를 살려 냈습니다.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사악한 모녀를 쫓아내고 딸이 쓰러진 곳으로 달려갔지만 그 자리에는 가위 모양의 바위만 남아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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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성스런 딸의 아픔을 담고 있는 가새바위 사진=한소민 소장 |
가족에게서 소외되었음에도 아버지를 위해서 약을 찾아 다닌다는 서사는 한국의 대표적인 무속 신화 바리데기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딸이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 받은 바리데기가 아버지를 구할 생명수를 얻으려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서천서역국으로 험난한 길을 떠났듯, 큰딸 역시 계모의 학대와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서도 죽순을 찾으려 겨울 산을 헤매다녔습니다. 또한 그 여정에서 신령스러운 조력자가 나타나 주인공을 돕는다는 설정도 비슷하지요. 그러나 결말이 크게 다릅니다. 바리데기는 온갖 시련을 극복하며 아버지를 살려낸 뒤에 죽은 영혼을 인도하는 오구신이 되었지만, 가새바위의 큰딸은 바위로 굳어버렸습니다. 선함과 희생에 항상 좋은 결말이 따르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의 냉혹함을 보여 주는 대목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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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새바위 사진과 함께 유래에 대해 설명하는 안내판 사진=한소민 소장 |
바위와 관련된 설화는 흔히 바위의 독특한 생김새에서 비롯되곤 합니다. 가새바위 역시 가위처럼 벌어진 형상 때문에 시작되었겠지만 선조들은 단순히 모양을 설명하는데 그치지는 않았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바위에 우리가 사는 동안 내내 잊지 말아야 할 삶의 지침을 담아 놓았지요. 지극한 효성이 불러온 기적, 인간의 질투와 탐욕이 빚어낸 비극, 그리고 선한 마음이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라는 삶의 진실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다움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말입니다.
비극이기에 더욱 오래 기억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세상에 의지할 데라고는 병든 아버지밖에 없었던 소녀는 혹여 아버지를 잃게 될까 두려워 한겨울 산속을 헤매며 기적처럼 죽순을 구해내고도 비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도솔산 등성 위 낡은 안내판에 담긴 그 애절한 이야기를 우리가 어찌 쉽게 잊을 수 있겠는지요.
한소민/배재대 강사, 지역문화스토리텔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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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민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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