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박영길 기자 |
전남 담양군은 관내 개인사업자의 지류 상품권 구매를 일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가맹점 등록 과정에서는 사업자등록증과 신분증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절차에 가족관계증명서 '상세'까지 요구하고 있다.
부정유통 가능성을 이유로 모든 개인사업자의 구매를 막고, 가맹점주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정보까지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담양군은 주민 1인당 월 50만 원 한도에서 담양사랑상품권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모바일·카드형은 30만 원, 지류형은 20만 원까지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담양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는 지류 상품권 20만 원을 구매할 수 없다. 사업자등록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주민에게 주어지는 구매 기회를 처음부터 차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담양군 관계자는 "지류 상품권의 불법 할인과 허위 환전, 이른바 '상품권 깡'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사업자의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부정유통은 당연히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일부의 위법 가능성을 이유로 모든 개인사업자를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실제 부정유통을 한 사업자를 적발해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라는 신분만으로 혜택을 먼저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담양읍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낮에는 장사를 하지만 퇴근하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식당을 이용하는 평범한 담양군민"이라며 "가게를 한다는 이유로 개인적인 소비 혜택까지 제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업자는 장사를 하는 순간에는 가맹점주지만, 영업이 끝나면 다른 군민과 다르지 않은 소비자다. 세금도 내고, 담양에서 생활하며, 지역 상점에서 돈을 쓴다.
그런데 담양군은 사업자등록증 한 장을 기준으로 군민을 둘로 나눴다. 상품권을 살 수 있는 군민과 살 수 없는 군민이다. 부정유통을 막겠다는 명분이 주민 차별을 정당화하는 만능 열쇠가 될 수는 없다. 가맹점 등록하는데 가족관계는 왜 필요한가.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담양사랑상품권 가맹점 등록 절차다.담양사랑상품권 가맹점 신청 서류를 확인한 결과, 공통 구비서류에 사업자등록증과 신분증 외에도 가족관계증명서 '상세'가 포함돼 있었다. 가족관계증명서 상세형에는 신청자뿐 아니라 부모와 배우자, 자녀 등 가족의 인적 사항이 폭넓게 표시될 수 있다.
가맹점 등록은 사업자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영업장이 담양에 있는지, 상품권 사용이 허용되는 업종인지, 정산받을 계좌가 본인의 것인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가맹점주의 부모와 배우자, 자녀 정보가 상품권 가맹점 등록에 왜 필요한가. 어떤 법령과 조례를 근거로 요구하는가.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가맹점 등록이 거부되는가. 제출받은 가족정보는 누가 열람하고, 어디에 보관하며, 언제 폐기하는가. 담양군은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6조는 개인정보처리자가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수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집하는 정보가 최소한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도 정보를 요구하는 기관에 있다.
따라서 담양군이 가족관계증명서 상세형을 필수로 요구하려면 "부정유통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추상적인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족관계증명서가 없으면 확인할 수 없는 사항이 무엇인지, 가족정보를 수집해야만 하는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그 근거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개인정보를 필요 이상으로 수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담양군이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는 이유는 가맹점주와 가족 간의 상품권 거래나 부정 환전을 막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가족관계증명서를 받는다고 부정유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가족 명의가 아닌 제삼자를 이용하면 서류만으로는 걸러낼 수 없다. 반대로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대다수 상인들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가족 정보부터 행정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정작 필요한 것은 거래 내역 분석과 비정상적인 환전 패턴 점검, 반복적인 고액 환전 조사, 현장 확인과 위반 가맹점 제재다. 정교한 감시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모든 사업자의 구매를 막고 가족관계 서류부터 받는 것은 가장 손쉬운 방법일 수는 있다. 하지만 가장 공정한 방법은 아니다. 행정의 단속 역량 부족을 주민의 권리 제한과 개인정보 제출로 메우는 방식이라면, 이는 부정유통 방지 대책이 아니라 행정 편의주의에 가깝다. 물을 엎지를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모든 주민의 물그릇을 치워버린 것과 다르지 않다.
담양군의 운영 방식은 인근 지자체와 비교하면 더욱 이례적이다. 장성군과 곡성군, 구례군, 영광군, 함평군, 광양시 등 인근 6개 시·군의 가맹점 등록 절차를 확인한 결과, 가맹점 신청자에게 가족관계증명서를 공통 필수서류로 요구하는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지역들은 대체로 신청서와 사업자등록증, 신분증, 통장 사본 등 가맹점 등록과 정산에 직접 필요한 서류를 중심으로 받고 있다. 군산시도 공식 안내를 통해 가맹점 신청 지참서류를 신분증과 사업자등록증 사본으로 안내하고 있다.
담양군은 다른 지역에 없는 규제를 만들었다면 그만큼 분명한 근거와 효과를 제시해야 한다.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다"거나 "부정유통 우려가 있다"는 답변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가족관계증명서 제출이 실제로 부정유통을 얼마나 줄였는지, 해당 서류를 통해 적발한 사례가 몇 건인지, 더 적은 개인정보로 같은 목적을 달성할 방법은 검토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효과도 입증하지 못하고 법적 근거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면, 담양군만의 유별난 규제를 유지할 이유는 없다.
복잡한 절차의 피해는 고령의 영세 상인들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 모바일 상품권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상인들은 지류 상품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업자라는 이유로 지류 구매가 제한되고, 가맹점 신청 과정에서도 여러 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
상품권 제도를 잘 모르는 고령 상인에게 가족관계증명서 상세형까지 요구한다면, 행정기관이 가입을 돕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진입 장벽을 세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며 만든 상품권이 정작 골목상권의 상인들에게 가장 높은 문턱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제도의 목적과 운영 방식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
담양군은 이제 원론적인 해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첫째, 개인사업자의 지류 상품권 구매를 일괄 제한하는 정확한 법적·행정적 근거는 무엇인가.
둘째, 실제 부정유통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개인사업자를 제한하는 것이 비례성과 형평성에 맞는가.
셋째, 가맹점 등록에 가족관계증명서 상세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와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넷째, 다른 지자체들이 가족관계증명서 없이 운영하는 상황에서 담양군만 해당 서류를 요구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부정유통은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그러나 부정유통을 막는다는 이유로 선량한 사업자를 먼저 의심하고, 일반 군민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빼앗고, 가족의 개인정보까지 요구해서는 안 된다.
행정은 주민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주민이 행정의 부족한 단속 능력을 대신 감당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담양군은 개인사업자의 지류 상품권 구매 제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가족관계증명서 상세형을 필수로 요구하는 절차를 즉시 점검해야 한다.
담양=박영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