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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인호 대전시의원 |
일자리와 주거, 부채와 돌봄은 언젠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지금 청년들의 삶을 짓누르는 현실이다. 청년은 훗날 대전을 이끌 예비 시민이 아니다. 이미 지역에서 일하고 소비하며 관계를 맺고 도시를 지탱하는 대전의 현재다.
민선 9기 허태정 대전시장은 '청년특별시 대전'을 내걸었다. 대전형 청년 기본소득 도입, 청년의회 운영, 청년정책특별보좌관 신설, 임기 내 청년주택 5000호 공급 등이 핵심 축이다. 청년정책을 시정 전면에 내세우고 자산, 참여 거버넌스, 주거를 아우르는 정책을 기획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청년과 대전 시민의 삶을 더욱 복합적인 제도와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청년이 지역에 오래 머물며 살아가기 어려운 이유에는 자산 형성과 안정적 주거의 어려움, 꿈을 실현할 기반의 부족, 돌봄과 사회적 관계망으로부터의 배제, 도시의 주인으로 살아가지 못한다는 박탈감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먼저 청년 기본소득은 지급 여부보다 정책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일정한 소득 보장은 구직과 이직, 학습과 창업의 전환기에 최소한의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청년이 어떻게 대전에 정착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이어가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면 단기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
청년의회 역시 이름을 새로 붙이는 것만으로 혁신이 되지는 않는다. 대전에는 이미 대전청년정책네트워크, 이른바 대청넷이라는 참여 경험이 축적돼 있다. 청년의회는 이를 지우고 새롭게 출발하는 조직이 아니라 성과와 한계, 제안과 반영 과정을 충실히 기록하고 계승하는 구조여야 한다. 어떤 제안이 채택됐고, 무엇이 왜 반영되지 않았으며, 행정은 어떻게 답했는지를 체계적으로 남겨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권한이다. 행사가 끝나면 해산하는 모의의회가 아니라 정책 부서와 협의하고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하며 제안에 대한 공식 답변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참여자의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 충분한 숙의 기간, 의제별 전문가 지원도 필요하다. 참여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변화를 만들었다는 효능감으로 이어져야 지속될 수 있다.
첫 공개모집으로 선발하는 청년정책특별보좌관도 마찬가지다. 청년 한 명을 시장 가까이에 앉힌다고 청년의 목소리가 자동으로 시정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청년특보가 상징이나 홍보 창구에 머물지 않으려면 실·국 간 청년정책을 조정하고 주요 회의에 참여하며, 다양한 청년 당사자 조직과 상시 소통해 의견을 시정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주택 5000호 공급도 숫자만큼 입지가 중요하다. 아무리 저렴해도 직장과 학교에서 멀고 대중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집은 실질적인 주거 대안이 되기 어렵다. 역세권과 직장 인근, 대학가와 청년 생활권을 중심으로 공급하겠다는 방향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허태정 시장도 청년 밀집 지역과 역세권, 직장 주변을 공급의 기본 원칙으로 제시한 바 있다.
공급 유형도 획일적인 원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1인 가구뿐 아니라 친구나 동료와 함께 사는 공유형 주거, 결혼과 독립을 준비하는 청년 부부, 재택근무와 창작활동을 병행하는 청년 등 다양한 삶의 형태를 반영해야 한다. 선호 면적과 수납, 방음, 커뮤니티 공간, 관리비 수준까지 수요조사를 거쳐 설계해야 한다. 공급 호수만 채운 채 공실이 남는다면 그것은 성과가 아니라 정책 실패다.
청년특별시는 청년에게 혜택을 더 주는 도시만을 뜻하지 않는다. 청년을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시민의 주체로 세우고, 오늘의 불안을 줄여 스스로 삶을 설계할 힘을 만드는 도시여야 한다. 현금 지원은 자산 형성으로, 참여기구는 실질적인 결정 권한으로, 특별보좌관은 협력의 시스템으로, 주택 공급은 생활권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청년은 대전의 미래가 아니라 대전의 현재다. /권인호 대전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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