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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선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계획이사.(사진=한국농어촌공사 제공) |
하지만 마을회관을 새롭게 짓거나 증축하는 과정에서 종종 소통의 어려움이 발생하곤 했다. 도면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주민들에게 2차원 평면도만 보고 완공 모습을 상상해 의견을 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결과 "생각했던 공간의 모습이 아니다", "창호 위치를 바꿔달라" 등의 민원이 반복됐고 공사 중 설계 변경이 이어지면서 공사비가 증가하고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국 농어촌공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초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연계한 3D 모델링 설계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먼저 3D 프로그램으로 건물과 공간을 모델링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해 실제와 같은 이미지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주민들은 마을회관의 외관은 물론 내부 공간과 가구 배치, 이동 동선까지 미리 확인할 수 있고 다양한 디자인과 마감재도 현장에서 즉시 비교할 수 있다.
기존 외주 방식은 통상 일주일 이상 시간이 소요됐으나 AI를 활용하는 경우 하루 이내에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어 제작 시간과 투입 인력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주민 의견을 실시간으로 설계에 반영할 수 있어 설계 과정이 '보여주고 확인받는 절차'에서 '주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바뀌었다.
농어촌공사는 2월 경남 고성 양촌마을과 전남 보성 석호마을에서 이 시스템을 처음 적용했다. 주민설명회에서 벽지 색상이나 가구 배치, 공간 구성에 대한 의견을 3D 화면으로 즉시 구현해 함께 설계를 완성해 나갔다. 복잡한 도면 대신 입체 화면을 보며 의견을 나누자 주민들의 이해도와 참여 열의도 높아졌다. 두 마을의 주민설명회에는 참여한 26명 가운데 94%가 새로운 시스템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한 주민은 "설계 내용을 화면으로 보니 이해하기 쉬웠고 원하는 부분을 이야기하면 바로 반영한 내용을 보여줘 다른 주민들과 의견을 나누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시스템 도입의 효과는 명확했다. 여러 설계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으니, 의사결정이 빨라졌고 설계 변경에 따른 재작업과 예산 낭비도 크게 줄었다. 사업 초기부터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기에 준공 이후 추가적인 작업이나 민원 발생 가능성도 낮출 수 있었다. 조감도 외주 제작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주민과 충분히 소통해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시공 완성도까지 높일 수 있었다. 아울러 주민이 공간을 함께 구상하고 결정하는 주체가 되면서 사업에 대한 공감과 신뢰의 기반도 쌓을 수 있었다.
농어촌공사는 이번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생성형 AI 기반 설계 시스템을 확대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하반기에는 3D 모델링 과업 기준과 적정 대가 기준을 마련해 제도화하는 한편 내년부터는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의 모든 신규 지구에 용역을 발주할 때 해당 시스템을 포함해 행할 계획이다.
디지털 기술의 가치는 사람을 더 잘 연결하는 데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3D 모델링은 기술이 주민과 행정을 잇는 새로운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민이 직접 보고 이해하고 의견을 내며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 기술의 발전이 주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혁신을 이어가겠다.
/하태선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계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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