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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성광 한양대 특임교수( |
다행히 그 후 대전은 본래 바라던 모습으로 서서히 변해 갔다. 2026년 5월 말 기준 대전 지역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약 75조 원으로 5년 전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무엇보다도 대전은 더 이상 노잼도시'가 아니었다. 최근 대전 지역의 연휴 기간 숙소 예약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0% 증가하는 등 대전 여행객 증가율은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를 기록했다. 특히, 글로벌 여행 플랫폼 아고다가 발표한 '아시아 최고 가성비 여행지' 순위에서 대전은 합리적인 숙박비와 만족도로 아시아 전체 9위에 올랐다. 이러한 변화에는 누가 뭐래도 성심당과 빵지순례의 공이 크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대전의 이러한 변화에는 성심당뿐만 아니라 대전 시민과 관계 기관, 대전시 등 많은 사람의 노고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최근 대전시의 '0시 축제'가 폐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새로 시작하는 민선 9기 대전시가 재정 부족을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어쨌든 많은 시민과 기관들이 대전시의 취지에 공감해 지원하고 참여하여 3년을 이어온 축제이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폐지된다면 다음부터는 대전시가 어떤 행사를 기획해도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광역이나 기초지자체 할 것 없이 지역마다 고만고만한 축제가 지나치게 많이 열려 예산이 낭비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역축제는 지역의 전통을 바탕으로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지역경제, 문화, 공동체를 연결하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이상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도시화로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축제를 발굴·기획하고, 전통으로 만들어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고, 지자체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에 멋진 축제를 기획해 성과를 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짧은 임기 동안 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무리하게 되고, 지자체장이 바뀌면 매의 눈으로 살펴보는 일이 빈번했다.
그러나, 대전은 다른 광역시와는 달리 과학도시라는 정체성을 반영한 지역 고유의 축제(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세계과학문화포럼, 대한민국과학축제)를 30여 년 동안 개최해 온 전통이 있다. 이 밖에도 대전국제와인EXPO와 효문화뿌리축제도 15년을 넘게 이어왔다. 이왕에 '0시 축제'를 폐지해야 한다면 단순히 이를 대신하는 비슷한 축제 기획은 지양했으면 한다. 차제에 시간을 갖고 시민과 각계각층의 대표자, 전문가 등이 참여해 대전 지역의 고유성을 강화하고, 공동체 형성, 도시 브랜드 구축 차원에서 어떤 축제를 어떻게 개최하는 것이 좋은지 철학부터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대전시가 직접 운영하는 대표 축제를 없애고, 시는 구도심과 대덕특구를 연결하는 교통망과 주차장 확충 등 인프라 구축과 도시 환경 조성에 전념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각 커뮤니티가 발굴·운영하는 축제들을 평가하여 규모와 목적, 성과에 맞게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방법이 더 나을 수 있다. 대전시가 전국의 유능한 크리에이터들의 놀이터가 되고, 대전 전역에서 일 년 내 축제가 열릴 수 있도록 사람에 투자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성심당 덕분에 노잼도시의 오명은 벗었지만, '대전에 가면 성심당도 있고, OOO도 있고, XXX도 있고…'가 줄줄 나오는 꿀잼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양성광 한양대 특임교수(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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