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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다문화] 한·일 차가운 면 요리에 숨겨진 반전 이야기

충남다문화뉴스 기자

충남다문화뉴스 기자

  • 승인 2026-09-06 11:50

신문게재 2026-02-21 28면

한국의 냉면은 본래 겨울철 온돌방에서 즐기던 음식으로, 평양의 담백한 메밀면과 함흥의 쫄깃한 비빔면 등 지역적 특성에 따라 발전하며 오늘날 대표적인 여름 별미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히야시츄카는 여름철 매출 증대를 위해 개발된 요리로, 차가운 면 위에 화려한 고명과 새콤달콤한 소스를 곁들여 먹는 일본 고유의 여름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두 음식은 각각 겨울과 여름이라는 서로 다른 시작점을 가졌지만, 각국의 자연환경과 식문화를 반영하며 무더위를 이겨내는 시원한 면 요리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한일 차가운 면 요리에 숨겨진 반전 이야기-나오꼬
푹푹 찌는 무더위 속, 얼음이 동동 뜬 시원한 면 한 그릇이면 더위도 잠시 잊게 된다. 한국에서는 여름이면 냉면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일본에서도 여름철이 되면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면 요리가 인기를 얻는다.

지금은 두 나라 모두 차가운 면 요리를 대표적인 여름 음식으로 즐기고 있지만, 그 시작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차이가 있다. 우리가 무심코 즐기는 한국의 냉면과 일본의 냉중화(히야시츄카) 한 그릇에도 각 나라의 자연환경과 역사, 음식문화가 담겨 있다.

- 겨울 온돌방에서 시작된 한국의 냉면

한국의 대표적인 냉면인 평양냉면은 원래 여름 음식이 아니었다. 추운 겨울, 따뜻한 온돌방에서 차가운 동치미 국물과 메밀면을 즐기던 전통에서 발전한 음식이다.



메밀은 추운 지역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는 작물로, 평양 지역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특유의 담백한 맛을 만들어냈다. 메밀로 만든 면에 시원한 동치미 국물 등을 더해 먹던 음식이 오늘날 평양냉면으로 이어졌다. 자극적인 양념보다는 육수와 메밀면 자체의 담백하고 깊은 맛을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함흥냉면은 함경도 바닷가 지역의 식문화에서 탄생했다. 감자나 고구마 전분 등으로 만든 쫄깃한 면에 매콤달콤한 양념을 더하고 회를 곁들여 먹는 것이 특징이다. 담백한 국물과 메밀면을 즐기는 평양냉면과 달리 강렬한 양념과 쫄깃한 식감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은 같은 '냉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지역의 환경과 식재료에 따라 서로 다른 맛과 특징을 갖게 된 셈이다. 오늘날에는 계절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지만, 특히 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냉면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대표적인 여름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 여름을 알리는 일본의 냉중화, 히야시츄카

일본으로 눈을 돌려보자. 여름철 일본의 음식점에서 "히야시츄카 시작했습니다(冷やし中華始めました)"라는 깃발이나 문구를 만나면 비로소 진짜 여름이 왔음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히야시츄카는 일본에서 여름을 대표하는 계절 음식으로 친숙하다.

'히야시츄카'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차갑게 먹는 중화요리'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이름과 생김새 때문에 중국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일본에서 탄생한 여름철 별미로 알려져 있다.

히야시츄카는 차갑게 식힌 면 위에 오이, 달걀지단, 햄이나 고기, 토마토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보기 좋게 올리고 새콤달콤한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다양한 색깔의 고명이 어우러져 보기에도 시원하고 화려하며, 입맛이 떨어지기 쉬운 여름철에 산뜻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히야시츄카의 유래에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1930년대 일본 센다이의 한 중화요리점에서 무더위로 인해 줄어든 여름철 매출을 해결하기 위해 차가운 면 요리를 개발한 것이 시작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일본 곳곳으로 퍼지면서 새콤달콤한 소스와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진 일본 고유의 여름 면 문화로 자리 잡았다.

닮은 듯 다른 한·일 여름 면 요리

한국의 냉면과 일본의 히야시츄카는 모두 차갑게 먹는 면 요리이지만 맛과 즐기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국물과 면의 맛을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는 한국 냉면의 깊고 시원한 맛, 새콤달콤한 소스와 알록달록한 고명을 함께 즐기는 일본 히야시츄카의 산뜻한 맛. 비슷한 듯 다른 두 음식에는 각 나라의 자연환경과 식재료, 생활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오늘날 대표적인 여름 음식으로 사랑받는 한국의 냉면이 본래 추운 겨울에 즐겨 먹던 음식에서 시작된 반면, 일본의 히야시츄카는 무더운 여름을 겨냥해 만들어져 계절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에는 단순히 시원한 맛으로만 즐겼던 한 그릇의 면 요리 속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의 냉면과 일본의 히야시츄카에 담긴 서로 다른 음식문화를 이야기하며 시원하게 무더위를 이겨내 보자.
나오꼬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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