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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택 대표 |
만찬장에 초대받을 기회가 있어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동안 표현에 한계를 느꼈다. 머리를 쥐어 짜내다가 궁한 김에 'Controversial'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더니 '얘가 이런 단어를 아네?' 라는 표정 짓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읽었다. 일상적으로 자주 쓰는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의과대학 시절 읽던 영어 교과서에는 많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 이들이 내 얘기를 더 열심히 듣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외국을 여행하면서 언어 장벽이 엄청나게 줄어드는 모습을 본다. 돈 주고 구하던 번역기 시대를 넘어 공짜로 네이버 번역기를 사용해도 전혀 어려움이 없는 시대가 되더니 AI 시대가 되면서 실시간 번역이 가능한 세상이 됐다.
30여년 전에 아내와 함께 일본 도쿄 여행 갔을 때 일이다. 아이들 장난감을 산 뒤에 '부피가 크니 이 물건 잠시 보관해 달라'는 표현을 점원이 알아듣지 못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일본인들이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 때 알았다. 답답한 김에 까마득하게 잊어 버렸던 한자가 생각나 '保管(일본어로 보관이라는 뜻)'이라는 글자를 써 보여도 그 점원은 이해하지 못했다. 함께 모시고 갔다가 따로 쇼핑하시던 일본어에 능통하신 아버지께서 돌아와서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007 영화를 보면 매 시리즈마다 항상 나오는 대사가 있다 '이름이 무엇인가?' '본드, 제임스 본드' 라는 대사다. 처음 보는 상대방에게 이름을 묻는 이유 중 하나는 대답하는 사람의 발음을 통해 그 사람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정확한 미국 혹은 영국식 발음으로 자기 이름을 얘기하면 듣는 사람이 '아 이 사람은 배운 사람이군', 혹시 콩글리시나 일본식 발음으로 대답하면 '이 사람은 제대로 배운 사람 아니군' 이런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때 번역기를 사용하면 의사소통이야 잘 되겠지만 예민한 단어까지 이해시키지 못할 경우도 있다. 특히 법적으로 민감한 계약을 할 때 손해를 볼 수도 있고, 내가 사용한 단어가 갖고 있는 다양한 의미 중 다른 뜻으로 해석되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 살면서 10여 년 간 유수한 기업에 다니는 조카는 지금도 영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상황에 맞는 '고급 단어'와 '고급 영어 표현'을 구사해야 승진에 유리하기 때문이란다.
외국이든 국내든 간에 외국인과 대화하면서 내가 돈을 쓰는 입장이면 굳이 그 나라 말을 열심히 배울 필요 없다.
내가 외국인과 처음 영어로 대화를 나는 경험은 레지던트 치프 시절에 사우디 아라비아의 무관 자녀가 내가 근무하던 병원에 입원했을 때였다. 첫 경험이었기에 표현이 아주 서툴렀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화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기억한다. 물론 나 혼자 생각이다.
자녀의 병세와 회복 가능성 등이 주제였기에 내가 주워 섬기는 영어 표현을 보호자는 하나라도 더 알아들으려 노력하는 표정이었다. 반면에 그 사람 말을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면 '뭐라고요?' 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더 쉬운 표현을 그 분에게서 얻을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거꾸로 내가 '을'이 되고 내가 상대방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내려면 AI 번역기로는 통하기 어려운 대화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번역기로 얻기 어려운 친밀감도 고려해야 한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눈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과 내 말이 기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번역돼 나오는 것은 아무리 AI 시대라도 해결하기 힘든 작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인구절벽을 걱정하면서도 아직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외국인들이 엄청나게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덕분이다.
이런 시대에 외국인들과 글로벌 언어인 영어로 소통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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