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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진 정치행정부 기자 |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거대 여당의 압도적 의석을 등에 업고 국회 문턱을 넘었다.
겉으로만 보면 반대의 여지조차 없어 보이는 압도적인 표결이었지만, 숫자가 보여준 건 합의가 아니라 힘이었다.
대통령부터 거대 여당, 지자체장에 지방의회까지 현재 권력의 추는 단단히 한곳으로 쏠려 있다. 이 독점된 구조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손쉽게 넘겼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이라는 마지막 문턱은 나타나지 않았다. 민주당의 '검찰개혁'은 말 그대로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수사를 기다리는 피해자들의 시간은 더디기만 하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초인종과 깨진 식기, 집어 던져지는 휴대전화. 그렇게 집 안으로까지 밀려든 폭력에 그는 구조요청을 했고, 경찰의 출동과 함께 수사는 시작됐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피해의 참혹함이 선명했다.
하지만 조사실에 들어선 뒤 사건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폐쇄된 관계에서 벌어진 폭력은 객관적 증거보다 엇갈린 진술로 전개됐다. 상대방은 부인하고 버티면 그만이었지만, 피해자는 사건 후유증을 견디면서도 자신의 피해를 끊임없이 증명해내야 했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는 기어이 흐려졌다.
수사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수사관 한 명은 여러 사건을 동시에 다루고 있었고, 인사발령이 나자 수사 방향은 손바닥 뒤집듯 바뀌기도 했다. 피해자에게는 온 삶이 걸린 절박한 사건이었지만, 수사관에게는 그저 수많은 사건번호 중 하나일 뿐이었다.
일부 혐의가 결국 불송치되자 그는 이의신청을 거듭하며 첫 수사에서 놓친 맥락을 검찰이 다시 살펴주길 기대했다. 검찰을 내 편이라고 믿어서가 아니라 한곳의 판단만으로 피해자의 억울함이 영원히 매장되지 않게 할 보완수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그랬고, 강화도 유기 치상 사건이 그랬고, 세종 집단 성폭행 사건이 그랬다. 검찰의 보완수사가 있었기에 진실이 비로소 밝혀진 사례가 결코 적지 않다.
"경찰은 전화 한 통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시다바리냐"라는 냉대를 견디며 직접 증거를 모았던 피해자들은 이번 법안 통과를 지켜보며 그때의 막막한 무력감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맛보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이들은 입법 과정에서도 끝내 중심에 서지 못했고,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는 순간에도 그들의 목소리는 외면받았다.
더 기막힌 것은 입법 강행 직후다. 민주당은 법안 통과라는 성과를 챙기자마자 부작용을 메울 대안은커녕 기다렸다는 듯 다음 이슈로 화두를 갈아치웠다. 정치권이 피해자를 수사 공백 속에 가둬둔 채 떠나버리자 그 뒤를 쫓아 현장을 떠나야 하는 기자 역시 깊은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권력의 크기는 곧 책임의 무게다.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입법을 독주했다면, 그 폭주 뒤에 생겨난 공백을 메울 대안 역시 온전히 민주당이 내놓아야 한다.
개혁은 해치웠다. 이제 거대 여당은 무엇을 할 것인가./최화진 정치행정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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