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교육
  • 건강/의료

[건강]'조용한 불청객' 당뇨병, 숫자 넘어 생활 전체를 살펴야

윤제필 필한방병원 병원장(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임병안 기자

임병안 기자

  • 승인 2026-11-08 20:18

신문게재 2026-11-09 8면

윤제필 병원장
윤제필 필한방병원 병원장
아프지 않아서 더 무서운 병이 있다. 조용히 진행되다 어느 날 합병증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질환, 바로 현대인의 대표적 만성질환인 '당뇨병'이다. 초기에는 이렇다 할 통증이나 눈에 띄는 징후가 없어 방심하기 쉽지만, 제때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전신의 혈관을 손상시켜 실명, 신부전, 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남긴다.

당뇨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형 당뇨병에서 혈당이 높아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혈액 속 포도당을 세포로 안내하는 '인슐린' 호르몬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액으로 들어갈 때,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해야 세포가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나 인슐린 분비 자체가 부족해지거나 세포의 반응성(감수성)이 떨어지면, 포도당은 세포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 속에 남아 혈당 수치를 끌어올린다.

문제는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 이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혈당 조절 기능이 크게 떨어진 뒤일 수 있다는 점이다. 평소보다 갈증이 심해 물을 자주 찾거나, 소변 횟수가 늘고, 충분히 쉬어도 피로와 무기력함이 지속된다면 뒤늦게 나타난 혈당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해 체중이 갑자기 줄어드는 현상 역시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래서 증상이 없더라도 가족력이 있거나 과체중인 사람, 중년 이후라면 정기 검진이 필요하며,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이 있다면 공복혈당 검사나 당화혈색소(HbA1c) 검사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혈당은 숫자 하나로 적히지만, 그 숫자를 만드는 건 어제의 식탁과 밤의 수면이다. 당뇨병 관리의 핵심 중 하나는 '식후 혈당' 제어에 있다. 밥, 빵, 떡, 면 등 정제 탄수화물을 한 번에 과도하게 먹으면 혈당은 널뛰듯 오른다. 식사량을 무작정 줄이기보다, 채소와 단백질 중심의 균형 잡힌 식단을 일정한 시간에 꾸준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식후 가벼운 걷기를 더하면 인슐린 감수성이 높아져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 과체중과 복부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하고, 수면 부족과 만성 스트레스도 혈당 조절을 방해하므로 규칙적인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



한의학적 관점에서도 당뇨병은 단순한 혈당 수치의 상승에 그치지 않고, 환자가 겪는 전신의 피로감, 소화 상태, 수면 장애 등 전반적인 건강 불균형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필요한 경우 환자의 상태와 기저질환, 기존 복용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신중히 점검해 한약 치료나 손발 저림 등 불편감을 완화하는 침·약침 치료 등을 보조적으로 고려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접근은 표준 의학적 치료와 정기적인 검진을 기반으로 하되,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보완적 차원에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당뇨병은 단기간의 약물 복용이나 특정한 건강기능식품 하나로 해결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자신의 체중과 식습관, 수면과 신체 활동까지 삶의 전반을 정돈해 나가는 긴 호흡의 관리 과정이다. 평소와 다른 피로감이나 체중 변화가 반복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 의료진을 찾아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윤제필 필한방병원 병원장(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