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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 성과연봉제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

박범정 노무법인 태평양 대표

박범정 노무법인 태평양 대표

  • 승인 2016-09-26 14:02

신문게재 2016-09-27 23면

▲ 박범정 노무법인 태평양 대표
▲ 박범정 노무법인 태평양 대표
정부가 최근에 공공기관과 공공부문에 추진하고 있는 성과연봉제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에 '공공기관 정상화'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한데 이어 올 들어서는 1월 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과 2월말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방안을 발표한바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연봉제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지난 달 중순부터 연쇄파업에 들어갔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23일 하루 동안 예고대로 총파업을 했고, 27일에는 철도와 지하철노조가 동시 파업을 예고하고, 28일에는 공공의료원과 사립대병원 등에서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파업의 명분도 성과연봉제 반대다.

성과연봉제가 무엇인가. 성과연봉제는 개인이나 팀이 달성한 성과와 연계해 급여나 승진과 같은 보상이 주어지는 인사관리체계다. 일한 기간이나 직급, 학력 등이 주요 기준이 되는 기존의 연공급 체계와 달리 개인의 업무기여도와 성과나 실적이 주요 기준이 된다.

이러한 나름 합리적인 성과연봉제를 노동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노동계의 주장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고용안정을 해치고 임직원사이의 과당경쟁을 유발하는 심각한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특히,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관리자나 경영진의 주관성과 독단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평가기준 자체가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업무상 실패가 인사 불이익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해 직원들이 일을 소극적으로 하거나 책임을 다른 부서나 직원에게 떠넘기는 일이 늘어난다는 우려도 있다. 성과연봉제가 사실상 쉬운 해고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도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몇 년전에 개인적으로 경험한 예를 하나 소개한다. 비영리 공공기관에서 팀장급직원이었던 K씨가 계약기간 만료로 해지통보를 받아서 필자를 찾아왔다. 그 직원은 전년도에는 업무실적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해당 공기관 경영진과 어떤 업무외적인 일로 불화관계에 있었던 그 직원은 그해 연말에 인사평가에서 최저점을 받고 계약기간 만료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사실상 저성과자 해고를 당한 것. 그 회사 취업규칙에는 계약직 저성과자가 계약갱신 불가사유로 규정되어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불화관계에 있었던 인사평가자의 독단과 자의가 개입된 정황이 포착되었다. 결국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 부당해고로 판정받아 해당 직원은 원직복직 되어 지금도 잘 다니고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수 있듯이 인사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은 회사에서는자칫 저성과자 해고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이와 반대로 정부와 재계는 동기부여가 명확해지고,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무임승차자를 없에고 공공부문의 방만경영과 부패구조를 줄일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과연봉제를 도입해도 공정한 성과평가나 보상체계를 도입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고, 능력이나 성과의 계량화가 어렵기에 실제로는 줄 잘서고 아부 잘하는 이들이 고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더구나 시민대중을 위한 공공 서비스는 조직 구성원간 정부공유와 유기적 업무협조가 있을 때 효율적일 수도 있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잘못하면 그 위험성이 일반 시민에게 전가될 수 있도 있다. 철도나 지하철, 병원 등에서 알수 있듯이 원래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시민대중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재의 측면이 있다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의 파업참가 노동자들이 청년실업이 넘쳐나고 사기업의 중장년층의 고용불안이 커지는 현실에서 비교적 고용안정이 보장되고, 고임금이라는 점에서 '제 밥그릇 지키기'투쟁이라는 불편한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시민들이 우려하듯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무능과 부패는 철저히 타파하고 개선됨이 마땅하다. 하지만 성과연봉제가 그런 목적을 달성하고 조직효율성이란 이상을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성과연봉제문제에 대해 일방적으로 강행할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노사 양 당사자가 상호존중과 신뢰위 원칙하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대안을 찾고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범정 노무법인 태평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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