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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문화칼럼]요즘 애들과 옛날 애들

최충식 기자

최충식 기자

  • 승인 2017-11-01 11:52

신문게재 2017-11-02 22면

―쉰 살이 되었는데도 아직 굶어 죽거나 얼어 죽거나 맹수에 찢겨 죽거나 이웃의 사나운 부족에게 맞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은 석기시대에는 드문 일이었다. 석기시대 선조들보다 극히 적은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것에 기뻐하고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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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송곡리 유적을 보고 독일 기자 볼프 슈나이더의 이 주장에 공감했다. 움집들 주변에 목책이 빙 둘러서 막고 있다. 우리의 고정관념과 달리 청동기시대도 울타리 없이, 법 없이 사는 세상은 아니었다. 돌도끼를 못 만드는 우리보다 신석기인들이 행복했을까, 이런 의문이 들기도 했다.



세상이 좋고 나빠짐을 흔히 대인범죄와 재산범죄 발생률로 가늠한다. 어느 시대나 흉악범죄가 많다고 한탄했다. 통계에 잘 안 잡혔을 뿐이다. 1955년, 배구 친선경기를 앞둔 학생들이 도끼를 들고 상대 팀 숙소를 습격한다. 패배가 두려웠단다. 1957년, 학생 갱단인 해골단인지 깡통단인지가 출몰해 유괴와 감금, 노상강도 행각을 벌인다. 1958년, 금품을 갈취하려다 돌로 내리쳐 죽인다. 1959년, 흉기를 들고 여학생에게 추행한다. 말리는 학생은 칼을 맞는다. 1960년, 소년절도단이 처녀를 납치해 집단 성폭행하다가 질투심(?)으로 서로 칼부림을 벌인다.

눈에 쉽게 띄는 '옛날 범죄' 몇 가지를 추려보니, 범죄 배경으로 꼽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이전 역시 잔혹동화가 꼬리를 물었다. 어른들은 불변의 진리처럼 "요즘 애들 무섭다"고 했다.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에도 적힌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를 되뇐다. 인류의 어느 시대도 선량했다는 증거는 없다. 잔인하고 공격적이지 않았으면 태초의 험난한 환경에서 멸종을 자초했을 것이다. 행복이 충족되지 않아 문명이 발전한다지만 사이코패스 유영철, 조두순, 강호순, 이영학 같은 극악한 범죄를 낳기도 한다.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죽인 범죄에는 10대 딸이 있었다. 소년법 특례를 제한해 범죄 사실대로 벌하자고 한다. 응보 목적이든 범죄 예방 목적이든, 처벌 강화론이든 교화 선도론이든 사법 체계의 의미와 목적이 명확할 필요는 있다.

엄하게 벌하라. 이 말도 늘 있어 왔다. '적들의 목을 쳐 세상은 친구가 되고, 악한 자들의 목을 쳐 세상은 선해진다.'(에리히 프리트) '게으른 자들의 목을 쳐 세상은 부지런해지고, 바보들의 목을 쳐 세상은 똑똑해지고', 그렇게 해서, 광견 같이 태어났지만 양 같이 순해지고 있을까. 어른은 특히 더 선할까. 범죄 발생비로는 40~50대가 18세 이하의 7.5배다. 성년·소년범죄 모두 외투 같은 법보다 사회적 피부 같은 문화적 규범이 결핍돼 있다. 생물학적인 나이 탓이 아니다.
최충식(문화칼럼용)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 정말 한숨만 나온다." 여기서의 요즘은 14세기 초반, 중세의 어느 여름이다. 피라미드 내벽에도, 3700년 전 수메르 점토판에도 온통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고 쓰여 있다. 그 젊은이들이 노인이 되어 다음 세대 젊은이들을 무례하게 여기는 품앗이는 계속된다. 다른 세대를 저평가하지 않고 세대 간 갈등이 적으면 범죄도 얼마만큼 줄어들 것이다.

모든 어른들은 한때 '개념 없는 요즘 것들'이었다. "(요즘 애들은) 예의는 안 지키고 윗사람을 우습게 본다. 잡담만 하고,… 어른들과 맞먹으려 들며 노인을 봐도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는다. 부모에게 꼬박꼬박 말대답하고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으며 음식도 저 혼자 다 먹고 스승을 골탕 먹여도 요즘 애들은 마음 놓고 때리지도 못한다." 기원전 425년, 소크라테스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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