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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 모양의 연구소를 아시나요?

국가핵융합연구소,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의지 담은 거북선 연구동 설립
임진왜란 침략장수인 가토 키요마사 투구모양의 일본 국립핵융합과학연구소 맞불

윤희진 기자

윤희진 기자

  • 승인 2018-03-28 09:06
대전에 거북선 모양의 연구소가 있다.

중심에 있는 뾰족한 삼각기둥은 용머리를 떠올리게 하고, 양옆으로 배치된 건물은 거북선을 지키며 적을 추격하던 판옥선을 연상한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이곳은 국내 유일의 핵융합 전문기관 국가핵융합연구소(NFRI)다. 한국의 인공태양인 ‘K-STAR’를 가동하고 있는 연구소다.



거북선
국가핵융합연구소에 있는 거북선 모양의 K-STAR 연구동
연구소 내에 있는 K-STAR 연구동이 거북선 모양으로 지어진 건 ‘임진왜란’ 때문이다.

1990년대 국내 핵융합연구소 구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무렵, 당시 연구원 신분이던 이경수 2대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일본의 국립핵융합과학연구소(NIFS)를 방문했다. 정부에서 전통과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연구소 건축디자인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핵융합연구소를 처음 본 이경수 소장은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본 연구자가 NIFS 건물을 설명하며 ‘가토 키요마사’의 투구 모양을 본뜬 연구소라고 했기 때문이다.

가토 키요마사는 조선 선조시대 발생한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제2군 선봉장으로 조선을 침략한 장군이다. 이경수 소장은 가토 키요마사를 기리기 위한 건축디자인이라는 말을 듣고 이순신 장군을 떠올렸다. 가토 키요마사를 비롯한 침략군을 모두 패군으로 만든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K-STAR 연구동이다.

가토 키요마사의 투구모양
가토 키요마사 투구모양의 일본 국립핵융합과학연구소
비록 한국이 핵융합 연구 후발국이지만,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필두로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것처럼 일본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연구소가 전북 군산의 새만금에 설립한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가 학익진(鶴翼陣: 학이 날개를 펼친 듯한 형태로 적을 포위해 공격하는 진법) 형상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학익진은 이순신 장군이 일본을 상대로 대승한 한산대첩 당시 썼던 전술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 이경수 전 소장은 현재 프랑스에서 진행 중인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사업 현장의 사무총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연구원들은 "후대가 우리 이렇게 고생한 거 알까?"라며 12척의 배로 전투에 나선 이순신 장군의 영화 '명량' 속의 대사를 가끔 쓴다고 한다. 지금도 거북선 모양의 연구소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치열한 전투 중이다.

이해미·김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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