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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한이 함께 변해야 한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윤희진 기자

윤희진 기자

  • 승인 2018-04-30 07:47
  • 수정 2019-04-29 10:21
서준원사진(2)
서준원 박사

판문점에서 실현된 남북한 정상 간의 만남은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줬다. 전 세계가 주시하고 온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북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한반도 주변 환경의 역동적인 흐름 탓에 판문점 선언의 의미와 폭과 깊이가 매우 지대하다.

이번 회담은 외형적으론 성공이다. 베일에 가려졌던 김정은의 출현과 그가 보여준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화제가 되었다. 소외감에 빠진 보수진영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참 딱한 노릇이다. 차제에 자신들이 펼쳤던 대북정책의 흠결을 가다듬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판문점 회담은 문재인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남북회담의 결실은 국민과 정치권 모두의 쾌거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진보정권의 향유와 획득의 기쁨을 독점적으로 만끽하려는 듯한 분위기가 넘쳐났다. 야당의 동의와 참여 없이 문 정권의 일방적인 대북정책은 국민의 큰 호응을 끌어낼 수 없다.



흥겹게 진행된 만찬장엔 야당 인사들이 안 보여서 참 아쉽다. 한반도의 미래가 열리는 엄청난 과정임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권은 여야 인사들을 초청했어야 마땅했다.

국민이 보기에도 여야 인사들의 참석은 회담의 진정성과 대국민 화합 차원의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한 장면이 지속하면 남남갈등은 더 심화되고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될 것이다. 그래서 벌써부터 문재인 정권과 야당의 대립과 갈등이 걱정된다.

"나라를 통째로 넘기렵니까",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슬로건이다. 문재인 정권의 남북대화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참 이해하기 힘들고, 이런 식의 감정적 대처는 현명하지 않다. 야당으로서 눈 부릅뜨고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한 변별력이 아쉽다. 야당이라면 대북정책에 불만만을 내쏟을 것이 아니라, 조목조목 따지면서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북한을 대할 때 문재인 정권은 신뢰하면서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불신하면서 검증해보자는 식이다. 그간의 남북대화가 번번이 실패했고, 우리는 그 때마다 실망했기에 쌍방의 불신만 깊어졌다. 이 때문에 북한 체제에 대한 불신과 남북대화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불안한 평화 속에서 지낼 것인가. 휴전, 종전, 평화체제 구축 등 언젠가는 닥칠 일이 오고 있을 뿐이다.

판문점 선언은 미래를 향한 다양한 각본이 들어있다. 5월 중에 풍계리 핵실험장을 공개하고 폐기하겠다고 전해진다.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 폐기 여부 즉 CVID(완전, 검증 가능, 불가역적인 결정)는 미국과 담판 지어야 할 성격이다. 미국은 소련과 핵 폐기조약을 실천으로 옮긴 경험이 풍부하기에 믿어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한 일이고 문 정권으로선 최선을 다한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만큼 보수적인 체제도 없다. 변화에 인색하고 반세기에 걸친 세습적 권력체제는 극도의 보수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 역시 종국적으론 우리의 보수세력과도 손잡아 한다. 북한의 변화와 개혁과 개방 등은 남북 관련 각종 세미나에서도 늘 나오는 화두다. 이젠 북한이 핵을 손에 쥐고 자발적으로 변화에 적극 나서는 형국이 됐다.

북한이 스스로 변화를 꾀하면서 정상국가로서의 위상 획득과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를 자청한 것이다. 한번 터진 개혁과 개방의 물꼬는 쉽게 닫혀질 성격이 아니다. 개혁과 개방은 자칫하면 북한 체제의 몰락 여부와 직결될 수 있는 무서운 뇌관이 될 수 있다. 판문점 선언은 북한으로서도 미래의 운명을 결정짓는 모험이자 도전이다.

역사의 흐름을 보면 권력을 중심으로 뭉치면 흩어지게 돼 있고(合久必分), 흩어지면 다시 뭉쳐진다(分久必合).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시대의 흐름에 잘 대처하는 선택과 결단이 스스로 운명을 좌우한다. 남북한에 공히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남북한은 함께 변해야 한다. 그래야 상생할 수 있는 미래가 열릴 것이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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