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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세상] 미래를 향하는 시간 표준

박연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

이해미 기자

이해미 기자

  • 승인 2018-05-27 09:28
KRISS 물리표준본부 박연규 본부장
KRISS 물리표준본부 박연규 본부장
최근 표준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의집 대기실에 걸린 남과 북의 두 시계가 30분이 차이가 나는 것을 보고 "매우 가슴이 아팠다"며 표준시 통일을 제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제안은 지난 5일 0시를 기해 북한 표준시가 한국 표준시에 맞추어 30분 앞당겨짐으로써 실제로 이뤄졌다. 많은 과제를 남겨두고 있지만 이제 첫걸음을 떼기 시작한 미래 한반도 평화의 상징적 아이콘이 된 표준시와 시간 표준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과거 국제단위계에서 "초"의 정의는 지구의 자전, 공전을 기준으로 하였다. 지구가 자전하는 하루를 86400으로 나누어 1초를 정의하거나 공전하는 1 년을 31556925.9747로 나누어 정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구의 운동이 가지는 예측하기 힘든 불규칙성 때문에 ‘초’의 길이가 변하는 것이 문제였다. 실제로 지구의 움직임은 최근에도 2~3년에 1초 정도 계속 느려지고 있다. 1967년 제13차 국제도량형 총회에서는 변하지 않는 초의 정의를 위해 지구의 운동이 아닌 세슘 원자가 가진 고유한 진동수를 기준으로 하는 현재의 정의를 채택하게 된다.

이렇게 정의된 초라는 시간 단위가 쌓이면 ‘시간’이 되고 특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정하면 ‘시각’이 된다. 모든 나라는 각자 경도에 따른 시차를 고려한 표준시를 시각의 표준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지구의 자전에 따라 경도 15도마다 1시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한반도는 경도 120도와 135도 사이에 위치하는데 역사적으로 몇 차례 변경을 거친 후 9시간 시차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2015년 표준시를 127.5도인 8시간 30분 시차로 변경하면서 우리나라와 북한 사이에 30분의 시차가 발생했고 최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해소된 것이다.

한국표준시는 표준과학연구원에서 생성 및 보급을 책임지고 있으며 세계 시각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협정시(UTC)와 천만분의 일초도 틀리지 않도록 유지되고 있다. 점차 고도화되고 있는 우주, 국방, 통신, 전력 등의 발전과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국가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1억년에 1초도 틀리지 않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세슘원자시계를 독자 개발해왔다. 미래에 초의 정의를 바꾸기 위해 세슘원자시계보다 100배 이상 정확한 이터븀 원자시계도 개발 중이다.

이렇게까지 정확한 시간표준과 원자시계는 왜 필요할까? 휴대폰, 인터넷 등 유무선 통신이 가능한 이유는 통신망이 높은 수준으로 동기 되어 있기 때문이다. 통신망의 최상위단에 있는 원자시계는 3천년에 1초도 변하지 않아야 한다.

전력망 또한 발전소부터 수용가에 이르는 장비들이 백만분의 1초 이내로 동기 되어야 전력 품질 저하나 전력망 붕괴를 막을 수 있다. 차량에 장착된 네비게이션은 위성에 원자시계가 실려 있기 때문에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위성 시계가 백만분의 1초만 틀려도 위치는 300미터 이상 오차가 난다. 최근 우리나라도 독자적인 국가위성항법시스템 개발 계획을 발표하였으며 여기에 탑재될 원자시계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중요한 표준시를 국가 기간망과 전 국민에게 보급하기 위해 표준과학연구원은 국가표준시 방송국을 구축 중이다. 교란 공격에 취약하며 실내 수신이 불가능한 GPS 신호 의존도가 심한 우리나라에 독립적인 표준시 정보와 함께 국가적 재난, 안전 정보를 공급하는 방송국이 생기는 것이다.

이 신호는 높은 정확도뿐 아니라 실내 수신이 가능하여 미래에는 각 가정에 평생 맞추지 않아도 항상 정확한 시계가 보급될 것이다. 표준시의 통일부터 시작하는 남북한의 평화 정착 노력이 결실을 맺어 한반도 전역이 통일 표준시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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