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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톡] 끌림

김소영(태민) 수필가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8-06-29 00:00
대머리
『여덟 시 통근 길에 대머리 총각/ 오늘 도 만나려나 떨리는 마음

시원한 대머리에 나이가 들어 / 행여나 장가 갔나 근심하였죠.

여덟 시 통근 길에 대머리 총각/ 내일도 만나려나 기다려지네』



오랜만에 지인과의 만남을 효자동 뒷골목 작은 찻집에서 가졌다. 찻집으로 가는 길에 어디선가 누가 틀어 놓았는지 오래된 노래가 흐른다.

대머리 총각? 1967년쯤 무명가수였던 김상희가 불러 일약 유명가수가 되게 한 노래라고 한다. 가사를 가만히 들어보니 매일 아침 통근 길마다 오늘도 내일도 누군가를 만나려나 애타하고 있다. 그런데 왜 잘생긴 총각도 아닌 대머리 총각을 애타게 오늘도 내일도 만나기를 기다렸을까?

우린 가끔 왜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사람이 괜히 좋고 끌리는 사람이 있다. 하필이면 대머리 총각을 매일 그리워하는 것처럼. 나에게는 오늘 작은 찻집 여주인이 그랬다. 이성 간의 끌림 뿐만 아니라 이렇게 동성 간에도 분명 끌림이 존재한다.

끌림에는 우연히 마주쳤지만 왠지 모르게 은근히 끌리는 끌림이 있고 한눈에 반해 버리는 끌림이 있다.

남녀 간에 가장 큰 차이점은 감정적 끌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자들과는 달리 남자들은 이성에 대한 호감 중 '외모'가 가지는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한다. 반면에 여자는 외모도 보지만 성격, 화술, 직업, 철학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다 본다고 한다.

대부분 외모나 지위 등 서로 유사한 부분이 많은 사람에게는 동료로서의 끌림이 생기고, 나에게 없거나 다른 부분이 많은 이성에게는 호감이 싹튼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결혼할 때에는 외모도 중요하지만 직업, 성격, 가족관계 등을 보고난 다음에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긴 시간을 함께 살아가려면 우선 안정된 직업이 있어야하고, 성장과정도 중요하며, 삶에 대한 철학이나 자녀교육관이 같아야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연구에 따르면 남자는 '배려>상냥>활발'의 순으로 이상형을 뽑았고, 여성은 이상적인 남자를 배려>성실>유머' 순으로 뽑았다고 한다..

이 실험을 통해 남녀 불문하고 '배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효자동 작은 찻집 여주인의 따뜻한 미소에는 손님들에 대한 배려가 묻어 나오고 있었다. 또한 부드러운 목소리에서도, 차를 내리는 손길 하나하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저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배려에 나는 마음이 끌렸을지 모른다.

찻집에 앉아 다시 한 번 대머리 총각이라는 노래 가사를 찾아보았다.

『무심코 그를 따라 타고 본 전차 / 오가는 눈총 속에 싹트는 사랑

빨갛게 젖은 얼굴 부끄러움에 / 처녀 맘 아는 듯이 답하는 미소

여덟 시 통근 길에 대머리 총각 / 내일도 만나려나 기다려지네』

왜 하필 아침 8시면 만나게 되는 대머리 사내에게 마음이 끌렸을까?

알 수 없는 끌림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60~70년대 아침 출근하는 전차에서 푸시맨에 의해 짐짝처럼 등 떠밀려 전차에 오른 주인공 아가씨는 뒤에서 버티기를 하며 자신을 보호해주는 낌새를 알아차렸을지 모른다. 힐끗 곁눈질로 옆 사내를 보았더니 대머리다. 그로인해 매일 출근길이 편안했고 오늘도 내일도 기다려졌을지도 모른다. 연약한 아가씨를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배려가 한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지도 그것이 아마 대머리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기다려지는 이유였을 것일지도 모른다.

견선여갈(見善如渴)이라는 말이 있다. 착한 것을 보면 목마름 같이하라는 뜻이다. 이처럼 배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데서 나오고, 배려로 인해 끌림은 생기게 마련인 것이다.

오늘은 우연히 들린 '대머리 총각' 덕분에 '끌림'에 대해 생각해 보는 하루였다.

또한 찻집 여주인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기분 좋은 인연'으로 맺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김소영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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