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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인간의 두 가지 큰 질문에 대한 숙고

유낙준 주교(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원영미 기자

원영미 기자

  • 승인 2019-01-24 09:28

신문게재 2019-01-25 23면

유낙준 주교
유낙준 주교
인간이란 무엇인가? 결혼이란 무엇인가? 이 두 가지는 인간에게 아주 큰 질문입니다.

일년에 한번 정도는 인간에 대한 커다란 이런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혼란하고 소란스러워 많이 흔들리는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살길을 찾아가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질문은 인간의 궁극적인 존재에 대한 질문과 그에 따른 궁극적인 대답을 하도록 안내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왜 존재하지? 왜 내가 살지?" 라는 인간존재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 자체가 궁극적인 대답을 하도록 이끌어줍니다. 이러한 큰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다 보면 자신이 사소한 일에 너무 집착하여 길을 잃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에 보다 크고 넓은 가슴을 갖게 합니다.



인간은 관계로서 존재합니다. 신이 인간과 관계함으로 인하여 인간과 인간이 서로 사랑하는 깊은 질적인 관계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종교입니다. 그래서 종교는 인간의 창조부터 종말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인간은 관계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물적인 존재이면서 또한 이를 넘어선 영적인 존재입니다. 물적인 존재이면서 영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같은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이 피부색, 계급, 성별, 언어, 재산과 소유, 사는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억압하고 차별하거나 무시하고 학대하며 이는 폭력과 전쟁이 되기도 합니다. 최고의 기술 문명을 자랑하는 현대인들이 대화와 협력보다는 가장 크고 오랜 전쟁을 합니다.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관계해 보다 나은 사랑의 세상을 만들기를 원하기 때문에 종교는 인간을 존중할 길을 모색하게 합니다.

인간들은 태어날 때, 죽었을 때, 그리고 결혼했을 때 가장 큰 잔치를 벌입니다. 인간이 태어났을 때와 죽었을 때의 잔치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차리지만, 결혼만큼은 자신이 준비하여 스스로 잔치를 베풉니다. 인류역사에 가장 오래된 전통을 지닌 결혼은 사회적 의미와 유적 의미에서 인간 종족의 재생산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종교적으로는 인간들 사이의 친밀한 사랑과 영적 존재로서의 친교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즉 결혼은 인간의 욕망이며 사회적 행위일 뿐만 아니라 종교적으로는 신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는 거룩한 신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영적 존재를 믿고 인식하는 결혼은 신과 인간의 친교를 드러내는 관계를 이룸으로써 새로운 관계를 창조하는 영적 활동이기도 합니다. 현대인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이유를 가진 가족의 불안, 가족관계의 붕괴가 인간의 영적인 존재가 갖는 힘과 신과의 연대를 통해 치유되고 인간의 삶을 훼손하지 않는 길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신이 우리를 죽도록 사랑하셨던 것처럼 우리가 신의 사랑을 닮아 서로 사랑하는 영적인 결혼의 삶을 찾아가는 길에 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인간 존재와 결혼이라는 두 가지의 인생질문을 숙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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