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티즌 2019 K리그 1라운드 종료후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대전시티즌 김미희 객원기자) |
-개막전 승리에 고무된 팬들 아마추어 같은 실정에 실망
-동네축구 수준의 구단운영, 대전시는 수수방관
대전시티즌이 시즌 초반부터 시끄럽다. 지난해 3월 구단 운영문제로 서포터와 감정싸움을 벌였던 대전이 올해는 대표이사의 불확실한 행보와 행정업무 미숙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3일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 2 2019 안산 원정경기는 대전시티즌이 7년 만에 개막전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나오지 말아야 할 실수가 나왔다. 고종수 감독과 함께 팀을 이끄는 이기범 코치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보통 감독과 코치가 서로 번갈아가며 그라운드의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이 통상적인 리그에서의 벤치 풍경이었으나 개막전에서 대전은 수석코치 없이 경기를 치렀다. 이 코치는 김호 대표가 발탁한 인물이다. 대전은 건강상 이유라 해명했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축구계에 파다하다. 수석코치 대신 앉아야 할 다른 코치들은 K리그 연맹이 제시한 라이센스가 없어 벤치에 나서지 못했다. K리그는 일정 수준의 라이센스를 취득하지 못할 경우 벤치에 앉을 수 없다.
이날 경기에서 불거진 또 하나의 실수는 유니폼에서 나왔다. 외국인 미드필더 뚜르스노프가 등번호가 마킹 안 된 유니폼을 입고 나온 것이다. 이름이 새겨져야 할 자리에는 흰 천을 덧붙였고 사인펜으로 이름을 새겨 넣었다. 확인 결과 K리그 등록 명이 아닌 뚜르스노프의 풀네임(Sanzhar Tursunov)에 '산자르'가 새겨진 것이다. 뚜르스노프의 누더기 유니폼은 방송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송출됐다. 대전은 "선수단을 지원하는 스태프의 명백한 실수"라고 인정했다.
동네축구 수준의 실수를 범하는 배경에는 현재 대전구단의 수뇌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최종 결재권자인 김호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대전구단은 권헌규 사무국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상 비상체제나 다름없다. 시티즌 관리 주체인 대전시는 현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수방관하는 모양새다. 김 대표의 사표 수리 여부와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대전구단과 대전시에 공식적인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
지역 축구계와 시티즌 팬들은 구단주인 허태정 시장의 빠른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김호 대표의 거취와 후임 인선을 서둘러 파행을 최소화하고 구단 정상화를 잡아 나가라는 것이다..
구단 프런트의 행정력이 경기력으로 이어짐은 그간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는 대전이다. 올해도 그런 경험을 반복할 것 같은 기운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대전은 오는 17일 홈 개막전을 앞두고 있다. 주인 없는 집에서 손님을 맞이하게 생겼다. 수많은 비난을 감수하고도 작년과 달라진 것이 없는 대전이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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