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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등천변 관리 엉망… 시민 안전문제 심각

하천 볼라드 뽑혀 있어도 '나 몰라라'
나무데크교량 파손 수개월 동안 방치
도보 산책로 물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이현제 기자

이현제 기자

  • 승인 2019-09-15 08:08

신문게재 2019-08-02 5면

#대전 유등천에서 저녁마다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김순명(43) 씨는 자전거도로에 들어온 하얀색 SUV 차량을 확인하고 급히 속도를 줄이다 넘어졌다. 평소 차량 진입을 차단하는 볼라드가 있었던 곳이었지만, 언제부턴가 볼라드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차량 진입이 금지된 구역에는 주차된 차가 있었다.

#중구 태평동에 사는 김동환(37) 씨는 유등천변을 달릴 때마다 불편하다. 요즘처럼 더울 때는 저녁에 주로 운동을 하다 보니 우레탄 산책로를 제대로 살필 수 없어서다. 그러다 보니,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우레탄을 갑자기 피하다가 마주 오던 이들과 부딪치기 일쑤다. 파손된 나무데크 교량을 지날 때면 소름까지 돋는다.

볼라드
차량진입을 차단하는 볼라드가 사라진 곳. 사진=이현제 기자
대전 유등천변 관리가 엉망이다.



오토바이는 물론 차량까지 산책로에 진입하고, 곳곳에 파손된 나무데크는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관리책임 소재도 중요하겠지만,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와 중구청 모두 사실상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제보를 받고 중도일보가 7월 30일부터 이틀간 직접 찾았더니, 중구 유천동 서남부터미널 옆 유등천변 진입로의 'U'자형 볼라드(차량진입 억제용 말뚝)가 뽑혀 있다. 차량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볼라드는 사라진 채, 안쪽에는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평소 유등천변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물어본 결과, 이곳 볼라드는 오랫동안 해제돼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일반 차량 운전자들은 캠핑용품이나 음식을 나르기 위해 하천 산책로까지 차를 타고 내려왔다. 단순 주차를 위해 진입로로 내려와 자전거 옆을 지나는 차량도 있었다. 천변으로 내려온 차주와 천변에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시민 사이에서 언쟁을 벌어지기도 했다.

김순명(43) 씨는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하며 운동하는 곳인데 차가 내려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조금 전에 자전거가 차랑 부딪칠 뻔했다"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라바콘
보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파손된 곳에 라바콘을 세워놨다.사진제공=제보자
이뿐 아니다.

산성동에서 효문화뿌리공원으로 올라가는 방향에 있는 나무데크 교량은 파손된 채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10m 불과한 교량인데, 파손된 데크가 4∼5곳이나 됐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밤에 걷는 시민들은 갑자기 주저 앉는 데크 때문에 가슴을 쓸어 내릴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민원이 계속되자, 최근 보수공사를 통해 나무데크를 수리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3곳이 주저 앉는 등 파손됐다. 관리기관도 확인한 후 라바콘<사진>을 세워놨지만, 아직도 고치지 않고 있다.

사정동에 사는 배미란(25) 씨는 "밤에 바람 쐬고 운동하러 자주 나오는데 이 다리가 멀쩡한 걸 본 적이 없다"면서 "여기가 못 사는 동네라서 잘 안 고쳐주는가하는 생각까지 한다"고 말했다.

산책로 포장면
사진=이현제 기자
장마 이후 곳곳에 부풀어 오른 우레탄 산책로도 위험하다. 밤에 걷거나, 뛰다가 걸려 넘어지기 때문이다.

중촌근린공원 옆 산책로 포장면은 안으로 물이 차서 최대 10cm 이상 부풀어 오르고, 살짝 들어 올리면 물에 젖어 쉽게 찢어졌다. 최근 강우로 산책로 포상이 심하게 훼손됐다고는 하지만 관리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대전시하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재정이 가능한 수준에서 정기적으로 보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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