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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1990년생 대전소방

김태한 대전소방본부장

이현제 기자

이현제 기자

  • 승인 2019-11-0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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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대전소방본부장
최근 사회적으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양극화'다. 개봉하는 영화와 출간되는 책을 보면 남녀·노소·좌우·빈부 등 모든 분야와 관심이 양극화된 사회를 표현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 이 시대를 '양극화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양극화는 사회가 갈라지고 균열하게 돼 서로서로 믿지 못하게 만든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3년 전 같은 제목의 소설을 통해 유명해졌고, 영화화되기까지 세간에서 비판과 기대가 끊임없이 공존했다. 영화가 개봉하자 영화를 본 사람 중 남성은 최하점을, 여성은 최고점을 주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82년생 김지영'은 남자와 여자가 평가하는 부분에서 극단으로 갈리게 했지만, 페미니즘 소설이나 영화는 아니다.



1982년에 태어난 여성이 시대에 맞서서 자아를 찾기 위해 투쟁하고,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를 담은 우리의 이야기다. 1982년생이면 올해 나이로 38세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도 있지만, 사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다.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해 유명해진 책 '90년생이 온다'의 저자도 82년생이다. 책 겉표지 안쪽의 작가 소개 글의 첫 시작이 '1982년에 태어났다'라고 쓰여 있다.

제목만 듣고 저자의 나이가 쉰쯤은 되었거니 라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꼰대'는 아니겠냐는 생각을 한다. '꼰대'의 사전적인 의미는 '늙은이' 또는 학생들이 은어로 선생님을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책 내용에 따르면 '아거'라는 작가가 쓴 '꼰대의 발견'에서 꼰대라는 단어를 정의하고 있다. 특정 성별과 시대를 뛰어넘어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는 사람, 자기만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사람,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 또한 '꼰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대결 혹은 양극화를 유도하는 책은 절대 아니다.

지난 11월 4일 우리 소방본부는 신규임용자 50명을 발령 냈다. 신규임용자 대부분은 90년대 생이다. 그렇다면 '90년대생'이 추구하는 가치관은 무엇인지 큰 고민에 빠졌다.

생각 끝에 이들을 대표하는 몇 가지 단어를 나열해 봤다. 균형, 신뢰, 정직, 재미, 효율 등. 밀레니얼 세대의 90년생은 솔직함이 특징이다. 그리고 정치·경제·사회의 무결한 정직을 요구한다.

나열한 90년대 생의 가치관을 보고 있으니 소방의 가치관과 똑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90년생은 혈연·지연·학연을 적폐로 여긴다. 90년생은 보통의 사람, 보통의 존재가 정직하게 노력하려 얻어낸 결과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필자 역시 지난 9월 23일에 대전소방본부장으로 발령받아 학연도 없고 지연 또한 없다. 그런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방업무에 있어서 효율과 정직과 신뢰를 중시한다.

90년생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불편러'라는 것이다. '불편러'는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사회의 부당함에 대해 정당하게 저항하고, 부당함과 비합리적인 상황에 과감하게 이슈를 제기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자기표현이다.

필자는 대전소방조직 운영에 있어 시민의 불편함과 직원의 불편함을 적극적으로 듣고 부당함에 대해, 그리고 비합리적인 것에 대해 철저하게 대응하고 고쳐나갈 것이다.

'90년생이 온다'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우리가 말하는 '90년생'은 태어난 연도 개념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시대의 요구와 변화일 것이다. 우리 소방조직은 '90년생'을 닮아갈 것이다. 시대의 양극화에 휩쓸리지 않고, 중간 점을 찾아 조화와 균형을 이룰 것이다. 약한 자에게 더욱 배려하고 낮아질 것이다. 시민의 요구와 필요에 신뢰와 정직으로 대응할 것이다. 이 기고문은 어찌 보면 나의 다짐이기도 한다. 우리 대전 소방은 젊은 조직 '1990년생'이다./김태한 대전소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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