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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코로나19 확진자 거주 아파트 공개

이현제 기자

이현제 기자

  • 승인 2020-03-2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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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거주한다는 대전의 한 아파트. (사진=이현제 기자)
대전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확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명칭 공개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단독주택 등과 달리 대단지 아파트는 전염 등 파급력이 크다는 점에서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 크지만, 개인 사생활 보호와 아파트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전시는 지난 25일 오후 3시쯤 ‘26번∼28번’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했다. 성별과 연령, 거주지(아파트), 동선 등을 담은 자료를 발표했었다. 하지만 5시간 여만인 오후 8시 갑자기 거주지에서 아파트 명칭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유는 ‘다수 민원 발생과 비공개 원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엔 확진자 동선을 시간대별로 나열해 공개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정보공개 지침이 개정돼 접촉자 중심으로 바뀌기도 했다. 정보공개 개정 이후 개인을 특정하거나 세부주소, 직장명 등은 비공개하는 '확진자 이동경로 정보공개 지침'이 지켜져 왔지만, 이번엔 달랐다.

정부가 25일부터 2주간 국가적으로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앞으로 2주간을 코로나19 사태 확산의 중대고비라고 판단하면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의 방역을 방해하고 공동체에 위해를 끼치는 행위에 더 이상은 관용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원을 이유로 아파트 명칭 거부에 나서면서 공개냐, 비공개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공개를 찬성하는 측은 대단지 아파트는 다수의 공동체 공간이기 때문에 그 특수성에 맞게 방역과 안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한다.

이에 반해, 반대하는 측은 개인 사생활이 절대 다수에게 공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주장한다.

공개된 확진자 아파트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측의 반발은 컸다.

공개된 한 아파트의 관리소장은 "관리소에서도 방역하는 사람이 입주민과 청소하는 직원에게 얘기해 간접적으로 알게 됐다"면서 "포비아 같이 혐오로 느끼는 입주민도 많고, 벌써부터 확진자가 퇴원 후 돌아오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 이름이 알려지면 집값에 영향을 줄까 반발하는 것”이라며 “사실 아파트 입주민 입장에선 누가 확진자인지 알아야 더 조심할 것 아니냐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침에 따른 공개 필요성이 있었는지 따져본 후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인권위원회 김재석 대전사무소장은 "원칙을 세워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기로 했는데, 다수의 접촉 가능성이나 예외적으로 밝혀야 하는 경우였는지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상점도 다 공개하며 안전과 방역 차원에서 협조하고 있는데, 아파트 단지도 사실은 이름을 공개하고 투명하고 깨끗하게 방역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현제 기자 gusw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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