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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보궐선거 범여권 김용원 변호사 부각

검사 시절 '형제복지원 사건' 파혜쳐 '브레이크 없는 벤츠' 별명 얻어

이채열 기자

이채열 기자

  • 승인 2020-06-10 13:28
김용원
부산 영도 출신 김용원 변호사가 부산시장직에 염두를 두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사진=김용원 변호사 사무실 제공]
김용원 변호사가 내년에 치러질 부산광역시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최근 일부 기자들과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마음을 굳혔음을 시사해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제5공화국 시절 인권 침해 비리인 '형제복지원 사건'을 파헤친 검사 출신으로, 요새 다시 이 사건의 진실 규명 과정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오거돈 전시장의 성추행 논란으로 궐위가 되었기 때문에 2021년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할 상황이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고민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의 규정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5일 재선에 성공한 박재호, 최인호 의원 등이 보궐선거를 준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에 낙선의 고배를 마신 김영춘 전 의원으로서도 본 선거도 아닌 보궐선거에서 만일 야당 후보에 질 경우 정치 생명에 상당한 타격이 있어 구원투수로 나서기 쉽지 않다.

미래통합당에서는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유기준·이진복·유재중·김세연 전 의원 등 지역에 거물들이 비상출격 대기 중인 상태다. 여기에 직전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의원의 이름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변호사가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어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최근 특별법 통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가 곧 재가동될 전망이다. 김 변호사가 위원장으로 발탁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가 검사 시절 대표 수사격인 '형제복지원 사건'이 이번 과거사위원회의 핵심 쟁점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굳이 시장직에 도전하겠다는 것은 당시 부산지역 정관계가 대부분 복지원 관계자들을 두둔하는 상황에서 행정과 정치의 구조적 개혁 필요성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부산 영도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판잣집에서 살던 그가 영도대교를 건너 경남고등학교로 새벽 같이 등교하던 모습을 기억하는 주민들이 아직 남아 있다.

서울대학교 법대 재학 중에 고시에 합격한 천재적인 모습도 있지만, 법조계 친구나 선후배들은 모든 사건을 외압을 의식하지 않고 끝까지 파헤치던 고집쟁이로 기억한다.

어느 선배 검사가 붙여준 '브레이크 없는 벤츠'라는 별명이 그의 청렴하고 능력 있는 캐릭터를 잘 반영한다.

지난 10년간 대표변호사로서 서울 강남에 위치한 유명 대형로펌을 운영해 온 그는 공항을 경제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동남권 관문공항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2000년대 들어 급속하게 쇠락해 온 부산경제의 몰락은 장거리 노선과 항공물류를 독점하고 있는 인천공항으로 인해 대한민국경제가 수도권에 편중된 이유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전 세계를 제집 앞마당처럼 휘젓고 다니는 관문공항 없이는 부산시민들이 그토록 바라는 해양수도의 꿈은 그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과거 중영도 선거구에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맞붙는 등 정치에 도전한 바 있다. 18대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1.72%p(970표)차로 석패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중영도에서 민주당 출마를 준비했으나 '당원 명부 과다조회' 논란으로 자격이 박탈된 김비오 지역위원장이 제기한 소명을 재심위가 받아 들여 치룬 경선에서 끝내 패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다시금 도마에 올라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김 변호사는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 당의 부담을 덜어 주었다.

지나온 삶의 흔적으로 볼 때 '오거돈 쇼크'를 메울 보궐선거에 적당한 카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모두 변호사 출신들로 지역에서 꼼꼼하고 안정적인 행정을 펼친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범여권-진보 성격 표를 다시 불러모을 중량감 있는 인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김 변호사의 최종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부산=이채열 기자 oxon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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