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주류 가격 경쟁을 활성화해 소비자 편익을 늘리고,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를 담은 사항을 한국주류산업협회와 한국주류수입협회 등 주류 관련 단체에 보냈다. 안내 사항 핵심은 소매업자는 소비자에게 술을 구입 가격 이하로 팔 수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그동안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서 주류 소매업자의 준수사항을 규정하면서 '주류를 실제 구입 가격 이하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가령, 식당에서 주류 도매업자에게 맥주를 한 병당 2000원에 사 왔다면, 실제 판매가는 이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매업자가 술값을 구입 가격보다 싸게 판매하고, 손실분을 공급업자에게 받아 메꾸는 방식의 편법 거래를 막기 위한 조항이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번 안내 사항을 통해 정상적인 소매점의 주류 할인 판매는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내놨다. 덤핑 판매 등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거래 방식이 아니라면, 식당이나 마트 등 소매업자들이 술값을 자율적으로 정해 판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주류 시장 유통 및 가격 경쟁을 활성화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할인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한 것의 후속 조치 성격이다. 국세청의 유권해석이 업계에 전달되면 식당과 마트의 술값 할인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음식점이 홍보와 고객 확보를 위해 2000원으로 공급받은 맥주를 더 싼 가격에 판매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현재 식당에서 5000~6000원까지 올라간 음식점 술값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대규모 구매·유통망을 구축한 마트가 손님을 모으기 위한 '미끼상품'으로 주류 할인을 활용할 여지도 생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제 주류 가격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대부분의 식당이 구입 가격에 상당한 이윤을 붙여 술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할인이 가능해지더라도 곧바로 술값 인하로 이어지긴 힘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자 김 모(46·대전 서구) 씨는 "음식점이나 술집은 안주보다 술이랑 음료수로 이윤을 많이 챙기게 되는데,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곳이 얼마나 있겠느냐"라며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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