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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왜 보고있지?"라면서도 채널고정하는 '압구정 백야'

임성한 '막장' 요소 골고루 갖춰… 초반 부진 딛고 15% 돌파 임 작가 드라마 특유의 중독성 발휘

  • 승인 2015-01-29 09:38
▲ 연합뉴스 제공
▲ 연합뉴스 제공

"우리 둘 다 환자예요. 고쳐야 하지 않겠어요?"

MBC TV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에서 백야(박하나 분)가 자신을 버린 어머니 서은하(이보희)에게 야멸치게 내뱉는 말은 작품에 대한 일각의 진단처럼 읽힌다.

'압구정 백야'는 '막장 드라마'를 하나의 장르로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임성한 작가가 집필한다. '당연히' 임 작가의 전작들처럼 황당무계한 설정과 자극적인 이야기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드라마의 초반부에는 시청률도 부진하자 이제 '임성한표 막장'도 한물 갔다는 '섣부른' 분석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중반부를 넘긴 현재 드라마 시청률은 15%까지 올랐고 온라인에서도 '막장은 막장인데 재미있다'는 감상평이 자주 눈에 띈다.

"이걸 왜 보고있지?" 하면서도 정작 TV 리모컨을 못 돌리게 하는 '압구정 백야'다. 도대체 그 비결은 뭘까.

◇ "임성한 한물갔다" 했더니 소리소문없이 시청률 회복

'압구정 백야'는 임 작가가 MBC TV '오로라 공주' 이후 약 1년 만인 작년 10월부터 선보인 드라마다. 9.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한 '압구정 백야'는 2회 7.9%, 3회 7.1%, 4회 7.7%, 5회 8%를 기록했다. 작년 10월 17일 방송된 제9회는 지상파 일일드라마치고는 참담한 수준인 6.6%까지 내려앉았다.

드라마가 긴 호흡으로 가는 120부작임을 고려해도 MBC TV '보고 또 보고'(1998~1999), '온달 왕자들'(2000~20001), '인어아가씨'(2002~2003)와 SBS TV '하늘이시여'(2005~2006)를 통해 큰 인기를 끌었던 임 작가로서는 실망스러운 성적인 셈이다.

시청률만 부진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별다른 화제를 불러 일으키지 못한 '압구정 백야'를 두고 임 작가의 흥행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방송가 안팎의 중평이었다.

그렇게 부진하던 '압구정 백야'는 그러나 어느샌가 소리소문 없이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작년 말부터 탄력을 받은 시청률은 이제 15% 전후를 오간다.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74회 시청률은 자체 최고인 15.3%로 집계됐다.

◇ '인어아가씨'와 '하늘이시여'의 조합… 한결같은 내용과 구성

'압구정 백야'는 이야기의 큰 얼개부터 작은 장치까지 임 작가의 전작들을 답습한다.

백야가 자신을 버린 어머니 서은하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는 '인어아가씨' 은아리영의 복수극과 꼭 닮았다. '인어아가씨'에서는 은아리영이 가정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으로 이복동생 약혼자를 가로챘다면 '압구정 백야'에서는 백야가 어머니의 의붓아들인 조나단(김민수)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한다.

헤어졌던 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이게 되는, 기함할만한 설정은 정반대 상황이긴 하지만 이는 또 '하늘이시여'와 연결되는 지점이다.

전작들보다 덜하지만, 백야 친오빠인 백영준(심형탁)이 방송 3주 만에 뜬금없이 숨지는 등 급변하는 이야기 전개도 '압구정 백야'를 '막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압구정 백야'에서도 임 작가 작품 특유의 기괴한 색채가 뚜렷이 드러난다. 드라마는 첫 방송부터 백야와 친구들이 스님과 기생, 무당 복장을 한 채 클럽을 찾는 모습을 내보내더니 부부싸움 해결책으로 108배를 권하는가 하면 백야의 결혼 소식을 접한 장화엄(강은탁)이 코피를 흘리게 한다.

임 작가가 비극의 전조로 곧잘 사용하는 귀신도 지난 23일 방송에 어김없이 등장해 시청자들을 꺼림칙하게 만들었다.

처음 보는 얼굴의 신인들이 대거 포진한 것도 전작들과 꼭 같다. 감정을 극대화해서 표출하는 장면이 많은 백야도 부족하지만 장화엄과 장무엄 형제로 분한 강은탁·송원근 등을 비롯한 그외 신인들의 연기력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모든 신이 무표정, 무감정이다. 근데 이런 그들의 연기도 은근히 익숙하게 느껴지는 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다.

◇ 글루텐 뺨치는 임성한표 중독

"우리 먹은 것들, 다 밀가루 음식, 글루텐이야. 글루텐 중독되듯이 그렇게 우리 (서로) 중독된 것 같아." 지난달 16일 방송에서는 백야에게 반한 조나단이 난데없이 글루텐을 빌려 고백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지나친 글루텐 섭취가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 차진 식감에 밀가루 음식을 끊지 못하듯이 임 작가의 작품도 '막장' 요소를 골고루 갖췄음에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압구정 백야'는 특히 주인공 백야의 복수극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제작진은 모녀이면서 고부 사이가 될 백야와 서은하의 독기를 한껏 끌어올리면서 몰입도를 올리고 있다.

이보희는 옛일을 반성하는 듯하다가도 끝까지 거짓말만 일삼고, 악독한 어머니에서 교양 넘치는 사모님으로 돌변하는 서은하를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백야가 남자 주인공인 장화엄이나 조나단과 등장할 때보다 서은하와 맞붙을 때 더 흥미롭다는 애청자들의 이야기가 자주 눈에 띈다.

백야가 서은하에게 자신이 친딸임을 밝힌 지난 65회 방송은 오로지 두 주인공의 다툼으로만 30분을 채워 눈길을 끌기도 했다.

MBC 홍보국은 "탄탄한 이야기에다 복수 코드 등 임 작가의 히트작 노하우가 다 녹아있는 것이 가장 큰 시청률 반등의 원인"이라면서 "박하나와 이보희의 연기 케미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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