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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명월] 시간 스트레스

현옥란 뉴미디어부 차장

현옥란 뉴미디어부 차장

  • 승인 2015-10-05 14:08

신문게재 2015-10-06 23면

“바빠 죽겠어.”, “시간 없어 죽겠어.” 우리가 시간이 부족할 때 흔히들 하는 말이다. 하지만 배고파 죽은 사람은 있어도 '시간이 없어 죽은 사람이 있다'는 말은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다.

딱히 빈둥거리면서 노는 것도 아닌데 왜 늘 이렇게 시간에 쫓기는 걸까? 아침부터 밤까지 쉼 없이 일을 하더라도 늘 부족하기만 한 시간. 이런 시간 압박에 시달리다보니 '시간빈곤자'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하루 24시간 중 나를 위한 시간은 고작 55분, 맞벌이 부부는 22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 그러면 일을 줄이면 시간이 풍족해질 수 있을까? 별로 그렇지도 않다. 일하지 않는 시간은 '버리는 시간'이라는 생각 때문에 자유시간이 생겨도 불안해하고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된다.

이런 시간 스트레스로 정신적인 압박에 계속 시달리다보니 뇌가 피곤해지고 과부하가 일어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망증이나 '소진 증후군(우리 감성 에너지라는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돼 버릴 때 나타나는, 뇌의 심각한 피로 현상)'이란 증상도 생기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주부 ADHD'까지 늘고 있다고 하니 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예전에 라이프 스타일을 놓고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로 분류하는 것이 한창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는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얼마나 잘 쪼개서 열심히 살 것인가를 주로 고민했을 뿐 자신을 위한 충전의 시간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일을 위한 시간과 나만을 위한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조정해서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얼마전 '멍 때리기 대회', '낮잠대회'가 열려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넋을 놓고 있는 시간이 '킬링 타임'이 아니라 휴식과 에너지 충전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몇몇 회사들은 '넋 놓기' 훈련을 한다고 한다. 일하는 뇌를 잠깐 끄고 충전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역사상 명저들을 봐도 유배지에서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색의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시간 부자'로 태어났다. 시간은 공평하게 가지게 되는 재산인 것이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선 마음의 여유를 갖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무 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는 CF처럼, 바쁜 일상 속에 잠시라도 '망중한'을 더욱 격렬하게 즐겨보자.

현옥란·뉴미디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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