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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역사]4월26일:1982년 악마를 보았다

우범곤 순경, 경남 의령서 주민 학살

김은주 기자

김은주 기자

  • 승인 2016-04-25 15:56

‘파리’ 한 마리 때문에 한 산골마을이 쑥대밭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있었다.

34년 전인 1982년 4월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궁류지서(지금의 궁류치안센터)에서 근무하던 우범곤 순경은 M1 타빈 2자루와 실탄 180발, 수류탄 7개를 등을 탈취해, 근방 네 개 마을을 돌며 주민 62명을 죽이고 33명에 부상을 입히는 희대의 살인극을 자행했다.

주민들을 돌봐야 했던 경찰의 신분으로 대참사를 일으킨 주범이 된 것은, 내연의 처와의 다툼이었다. 사건이 일어났던 26일 야간근무에 대비해 낮 12시께 집으로 들어와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던 중 파리가 날아와 우 순경의 몸에 앉자 동거녀는 파리를 잡기 위해 손바닥으로 그의 가슴을 쳤다. 잠이 깬 우 순경이 화를 냈고 심한 다툼 끝에 집을 나가 술을 마신 후 다시 돌아와 동거녀와 가족들을 폭행했다.

지서로 돌아온 우 순경은 9시 반께 내연녀의 친척 아들이 지서로 찾아와 항의하자, 이에 폭발해 예비군 무기고로 달려가 무기를 꺼내, 행인에게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발적 범행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치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을의 통신을 차단하기 위해 궁류 우체국으로 가서 교환원 2명과 집배원 1명을 먼저 살해하기도 했다. 그 후 눈에 보이는 주민들을 수류탄과 총으로 살해했고, 상갓집에 들어가 문상객들과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총을 난사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총성은 다음 날인 27일 새벽까지 이어졌고, 평촌리 마을 한 민가에 침입해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가 수류탄 2발을 한꺼번에 터뜨려, 함께 죽음으로써 광란의 밤은 끝이 났다. 하룻밤 사이 악마가 휩쓸고 간 마을마다 일가족이 몰살당했는가 하면 부부가 모두 목숨을 잃기도 했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데는, 당시 경찰이 주민의 신고를 받고도 무시하고 도피를 했는가 하면, 전투경찰 30명이 도착하고도 마을 초입 다리 밑에 숨어있는 등 비열하고 무능했던 대응책이 화를 더 키웠던 것이다.

우범곤 사건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앞장서야 했던 경찰이 일으킨 최악의 흉악범죄였다는 것에 충격을 줬다. 그리고 이 사건은 또 다른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전두환 정부는 여론이 악화되자 재무부 장관이던 서정화 씨를 경질하고 노태우 전 대통령을 내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됐다./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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