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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변영훈<사진 왼쪽>과 헬기추락 사고 기사/사진=중도일보 1993년 6월 15일자 |
지적인 외모와 우수에 찬 눈빛이 영웅본색의 장국영을 연상케 했던 배우 변영훈. 지난 1992년 MBC TV 드라마 ‘분노의 왕국’에서 배우 김희애와 호흡을 맞춰, 조선 왕손 이하연으로 일왕을 저격하는 역할을 맡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해 한국방송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신예 청춘스타로 이름 석 자를 알리기 시작했다.
호남형에 진지한 연기력은 충무로의 러브콜로 이어졌고, 첫 작품으로 1993년 ‘남자 위의 여자’에서 배우 황신혜의 상대역으로 캐스팅되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영화 ‘남자 위의 여자’는 첫 작품이자 마지막 미완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1993년 6월 14일 ‘오늘’ 오후 4시 10분께 서울 송파구 잠실 한강시민공원 유람선 선착장 부근에서 영화 ‘남자 위의 여자’ 촬영을 위해 헬기가 띄어졌다. 영화의 첫 장면을 장식하는 촬영으로, 변영훈이 헬기를 타고 내려와 선상 결혼식장에 대기해 있던 여주인공 황신혜와 합류하는 신이었다.
헬기에는 영화제작 관계자와 주연 배우 변영훈이 타고 있었으며, KBS 연예가중계 취재팀이 프로그램 녹화를 위해 동승했다. 헬기는 근접 촬영을 위해 무리하게 하강 비행했고 꼬리날개가 수면에 닿으면서 추락했다. 인명구조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해, 뒤늦게 구조되면서 변영훈은 이미 심장 및 폐기능이 정지돼 뇌사상태에 빠졌고, 헬기장 등 5명은 구조 당시에 이미 숨진 상태였다.
사고는 정원을 초과한 인원이 헬기에 탑승한 것이 원인이었으며, 당시 필수 탑승 요원인 부기장이 탑승하지도 않았다. 또한 수상 비행 최저 고도를 무시한 것이 화근이 됐다. 장래가 촉망받는 한 연기자가 연기의 꽃도 채 피우지 못한 채 팬들의 곁을 떠난 사고였다.
변영훈은 결국 75일 만인 그 해 8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시와 음악 등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섬마을 선생님이 꿈이었다고 한다. 강원도 상지대 생물학과에 재학 중이던 시절 교사자격증도 땄다. 가끔 잘 생긴 얼굴 덕에 탤런트 모집에 응모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연기자라는 길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고 이주일 씨 장남 고 정창원 군의 추천으로 1989년 KBS 12기 탤런트 시험에 응모해 합격해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짧은 생을 마감한 배우 변영훈이 23년 전 배우로의 불꽃을 태우던 그 시간에 잠시 서 본다. 그의 명복을 빌며.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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