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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역사]10월7일:박정희 눈 밖에 난 김형욱... 1979년 파리 양계장 암살?

김은주 기자

김은주 기자

  • 승인 2016-10-06 20:00
▲ 김형욱/사진=유튜브
▲ 김형욱/사진=유튜브

1979년 10월 7일 대한민국 제 2인자로 군림했던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파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김형욱은 1963년 중앙정보부장(현 국가정보원)에 취임해 6여 년이라는 역대 가장 오랜 재임기록을 세운 인물로, 재임기간이 말해주듯 박정희의 최측근이었다. 5.16군사정변에서부터 박정희의 장기집권을 위해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가, 어느 날 박정희의 눈에 나더니 먼 타국에서 실종이 되고야 말았다.

그가 실종되고 수많은 루머가 돌았다. ‘파리 센 강에 던져졌다’ ‘청와대 지하실에서 박정희가 쏴 처형됐다’라는 등 난무하는 설에도 실종은 수년간 물음표로 남아 있었다.

김형욱은 박정희의 충성스런운 개라고 할 정도로 박 정권의 어둠을 밝혀줬다. 인민혁명당 사건, 동백림사건, 김영삼 질산테러 사건 등 간천.용공분자 사건에서부터 눈엣가시 같은 야당의원 탄압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손수 처리해주면서 권력의 맛을 즐겼다. 그러나 권불십년도 안돼 1969년 3선 개헌안이 통과된 직후 박정희에게서 내쳐졌다. 10월에 중앙정보부장직에서 쫓겨난 김형욱은 공화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다가 유신헌법으로 국회가 해산되자 의원직에서도 박탈되고 말았다.

▲ 국가재건최고회의 시절 박정희 의장과 김형욱이 나란히 포즈를 취한 모습/사진=연합db
▲ 국가재건최고회의 시절 박정희 의장과 김형욱이 나란히 포즈를 취한 모습/사진=연합db

악명 높았던 김형욱은 누군가 복수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싸여있었으며, 자신을 내 친 박정희에 대한 원망을 안고 1973년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1976년 재미 한인 실업가 박동선이 미국 의회에 로비한 ‘코리아게이트’가 터지면서 그동안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김형욱은 미국 청문회에 나가 박 정권의 내부 비리를 폭로하는 등 반 박정희에 앞장섰다.

박 정권은 그런 그가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파리에서 실종되면서 의심의 화살이 박정희에게도 쏠렸던 이유일 것이다.

2005년에 김형욱의 죽음에 관한 충격적인 이야기가 시사저널에서 나오기도 했다. 김형욱을 죽였다는 사람의 증언에 의하면 프랑스 파리에서 김형욱을 납치해 마취시킨 뒤 산 채로 양계장 분쇄기에 넣어 죽였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의 전말과 같은 책이 발간되기도 했다. 2009년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이 발간한 ‘박정희 시대의 마지막 20일’에서도 언급됐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은 실체가 없는 온갖 정치공작으로 억울한 사람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도 그 희생양이 됐다. 시신도 없는 죽음은 긴 시간 동안 설(說)만을 만든 채./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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