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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묵칼레, 새하얀 목화의 성

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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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04 14:18
야간버스타고 파묵칼레로 간다. 야간버스를 타기위해 정류장으로 이동하던 중 숙소 스탭을 마났다. 작별인사를 하려는데 하루 더 있고 가라고 잡는다.
“오, 민영! 어디가? 우리 술 마시러 가는데 같이 안 갈래?”
“정말? 근데 난 오늘 파묵칼레로 넘어가는 날이야.”
“오늘 야간버스야? 버스 취소해! 하루 더 있고 내일 7가!”
스탭 둘이서 도돌이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취소해 취소해. 가지마 가지마."라고 하는데 잠시 동안 하루 더 묵을까? 하는 갈등이 생겼다. 하지만 여행 초반부터 계획이 틀어지면 안 된다. 나중에 카파도키아에 다시 여행오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하도 불편해서 자도 잔 거 같지 않다는 야간버스. 하루 종일 흙먼지 묻히며 돌아다닌 후 샤워까지 하고 나왔더니 피로가 몰려왔다. 요 며칠 간 1분 1초가 아까워서 새벽에 자고 새벽에 일어났더니 시차적응은 남일 이었다. 머리만 대면 잠이 들었다.

예상했던 대로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고, 휴게소에 2번이나 들리고 옆 사람이 내린지도 몰랐다. 한참자다 보니 데니즐리 라기에 눈도 못 뜨고 버스에서 내렸다. 날이 밝아오는 중이었다. 파묵칼레에 가기 위해서는 데니즐리에서 작은 미니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파묵칼레로 들어가는 돌무쉬(미니버스)로 짐을 옮겼다. 애써 똑 부러진 척 하며 짐을 옮기는데 직원이 나를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너 왜 윙크하고 있어? 정신 차려.”
잠이 덜 깬 채로 한 쪽 눈이 감겨 있었나보다.
“너무 피곤해서 눈이 안 떠져.”
“30분 동안 더 타야 되니깐 그 때 눈 뜨면 되겠다.”
파묵칼레로 가기 위해 30분 정도 돌무쉬를 타고 더 들어갔다. 제 정신을 차릴 쯤 되니 버스회사에 도착했고, 바로 페티예로 가는 버스를 예약했다. 이런저런 투어를 권하기에 모두 거절하고 석회붕 쪽으로 올라갔다.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한국인 박씨 아저씨를 파묵칼레에서 다시 만났다.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잘 다닐 수 있었다. 박씨 아저씨는 온처수가 콸콸 흐르는 석회붕을 기대하고 오셨단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천수량의 감소로 정부에서 흘려보내는 양을 조절한다고 들었다. 나는 미리 물이 없다는 정보를 입수한 터였다. 기대가 없던 탓인지 나는 꽤 괜찮았다. 박씨 아저씨께선 첨벙첨벙 수영하고 싶었는데 물이 메말라 있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셨다.

새하얀 석회붕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신기할 정도로
온천수량의 감소로 제한된 물을 흘려보내는 탓에 기대했던 사진은 건질 수 없었지만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인 건 분명해 보인다. 파묵칼레 마을 뒤편에 위치한 언덕 지하에서 솟아난 온천수가 언덕에 흘렀다. 온천수는 석회를 남기고 침전이 계속 진행되어 지금의 모습을 띠게 됐다. 새하얀 석회붕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이름도 얼마나 이쁜가. 파묵은 목화, 칼레는 성을 뜻하기 때문에 파묵칼레는 ‘목화의 성’이라는 뜻이다. 이름도 얼마나 이쁜가.겨울의 끝, 봄의 시작과 함께 목화 꽃이 찾아온다. 새하얀 목화가 절정으로 피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아침 이슬이 맺힌 목화에 햇살이 비춰 반짝반짝 빛나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답다. 새하얀 목화의 성이란다. 하얀 석회붕에 들어가면 누구나 아름다워 보였다. 석회붕에 앉아 바라보는 파묵칼레의 풍경 또한 너무나도 아르다웠다./전민영 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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