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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4차 산업혁명과 19대 대선

민병주 울산과학기술원 초빙교수

민병주 울산과학기술원 초빙교수

  • 승인 2017-04-24 16:29

신문게재 2017-04-25 22면

▲ 민병주 울산과학기술원 초빙교수
▲ 민병주 울산과학기술원 초빙교수
19대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과학기술인들도 유난히 이번 대선에 관심을 가지고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 많이 궁금해 하고 있다. 아마도 이번 대선의 중요 화두인 제4차 산업혁명 때문일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 4IR)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 3개 분야의 융합된 기술들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기술혁명’을 말한다. 이번 대선에서 4차 산업혁명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아마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다음 정부의 경제정책은 4차 산업혁명이 주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4차 산업 열풍이 불고 있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권 교체 시기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밖에 없고,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의 동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후보든 당선을 위한 새로운 이슈와 정책의 선점 측면에서 4차 산업혁명은 아주 시기적절한 키워드가 될 수밖에 없다.

과거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인들은 국가를 위한 애국심과 과학을 좋아하는 열정만으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종사했다. 대다수의 과학기술인들은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보람만으로도 만족하며 정치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과학기술인이 정치에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아도 정부나 정치계에서는 먼저 과학입국을 주창하며 그들을 특별하게 대우했고, 그들은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국가 산업과 경제 발전을 위해 열심히 연구 노력만 하면 됐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과학기술인들은 자신들이 이용만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묵묵히 연구에만 전념하던 대다수의 연구원들은 본인들이 희생만 당하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하게 됐다. IMF 외환위기 때 직장에서 갑자기 쫓겨나야 했던 수많은 연구인들은 대단히 심각한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들의 자식들에게 조차도 이공계를 기피하고 법대, 의대 등 권력과 재력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을 가도록 권유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물론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법대를 가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몸소 실천하고 인간적인 헌신을 위해 의대를 갈 수도 있겠지만 오로지 그것만을 위한 것이라고 누가 떳떳이 말할 수 있겠는가?

과학기술인들은 소위 말하는 정책결정권자의 마음에서 점점 더 멀어졌고, 심지어는 정책결정권자의 인식에 따라 과학기술 정책이 쉽게 바뀌는 것을 알게 됐다. 예를 들면 5공화국 때에는 과학기술정책 담당을 예전의 수석에서 국장급인 비서관으로 격하시켰고, 6공화국 때에는 아예 담당 직제를 폐지하였던 시기도 있었다. 또한 민주화 이후에는 새로운 정부가 집권할 때마다 정부조직이 개편됐는데 정부조직 중에서도 최근 변동의 횟수와 폭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분야가 바로 과학기술정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 정책을 대표하는 키워드도 계속 바꼈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대선후보들의 주요 키워드가 되었고, 각 후보마다 이와 연관해 수없이 많은 무분별한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IT와의 융합이나 인공지능, 빅데이터 이용, 생명과학, 3D 프린터 이용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중요 기술들을 살펴보면 과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실행 과정 및 그 결과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4차 산업혁명이 청년 취업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의 고용을 확대하고 수입의 공평한 분배를 가능하게 해줄 수 있겠는가?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지는 않을까? 그에 대한 대비책은 미리 준비하고 있는가?

다음 정부에서의 산업 및 과학기술계의 중요한 이슈는 분명 4차 산업혁명이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를 얻기 위해 잠시 국민을 유혹하는 정책의 무분별한 선언이 아니라 정말로 국민을 위해 국가 경제를 도약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과학기술 정책의 준비가 필요하다. 대선 후보들은 4차 산업혁명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잘 펼쳐나갈지 깊이 고민하고 그 계획을 국민들에게 자세히 밝혀야 할 것이다.

변화와 혁신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 지도자의 올바른 철학과 국민의 협력이 합해져야 한다. 다시는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 국민의 믿음에 끝까지 부응하는 좋은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민병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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