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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연극제] 민경진 "배우는 가난함과 배고픔이 미덕이다"

25일 토크콘서트서 이야기 풀어내

한윤창 기자

한윤창 기자

  • 승인 2018-06-26 17:24
  • 수정 2018-06-2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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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토크콘서트서 배우 민경진 씨(왼쪽)와 사회자 최승완 씨(오른쪽).
배우 민경진 씨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유유자적하게 무대와 객석을 누볐다. 분위기에 따라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모습에서 무대를 즐기는 여유가 엿보였다. 25일 오후 9시 40분 대전시립미술관 야외특설무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민경진 씨는 나그네처럼 유연한 매너로 100여 명의 관객과 함께 했다.

사전 인터뷰를 통해 민 씨는 나에게 연극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그냥이다"라고 답했다. 사회자가 민 씨의 명함에도 '그냥 배우'라고 쓰여 있다고 얘기를 꺼내자 민 씨는 그 의미를 밝혔다. 그냥은 별 다른 뜻 없이 마냥 좋다는 충청도 말이라는 것이다. 민 씨는 "저는 배우 인생에서 산을 올라갔다 이제 내려오는 중"이라며 "젊을 때는 대쪽같이 연극만 고집했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무언가에 구속되지 않고 연극을 그 자체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자유분방한 성품을 지녔지만 민 씨의 연극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실핏줄이 터질 정도의 노력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민 씨는 "연극을 연습할 때 자신을 굉장히 괴롭히는 편"이라며 "대학로에서 명동을 거쳐 낙산까지 7km를 걸으며 대사를 연습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민 씨는 "같은 대사도 서너 개의 표현방법을 연구한다"며 "연기를 고민하다 대본을 베고 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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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콘서트 도중 관객과 소통하는 민경진 씨(왼쪽) 모습.
연극 배우의 숙명인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민 씨는 "제가 논산에 사는데 서울로 세 달 동안 통근하려면 150만원 든다"며 "그런데 예전에 서울서 작품하고 정말 150만원 받았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부족한 출연료에도 연극인 사이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는 민 씨. 그는 "한 번은 출연료를 받았는데 봉투가 두툼했다"며 "전부 천원짜리인 줄은 알았지만 마음이 참 따뜻했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연극 배우로 사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민 씨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기도 했다. "배우는 가난함과 배고픔이 미덕입니다."

프리랜서 배우 최승완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크콘서트에서는 한 편의 콩트와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사회자와 민 씨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과정에서 토크콘서트가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민 씨는 도중에 관객에게 물과 음료를 배달하는 등 자유롭게 객석과 무대를 오가기도 했다. 사회자 최승완 씨는 민 씨에 대해 "충분히 무게 잡으실 수도 있는데 후배들과 격의 없이 지내시는 모습이 존경스런 대선배님"이라며 "오늘 무대에서 구성진 입담마저 훌륭하셨다"고 말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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