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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성공적인 고령사회 만들기

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 의료원장

원영미 기자

원영미 기자

  • 승인 2019-04-11 16:27
을지대학교의료원 이승훈 의료원장1
이승훈 원장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25년이 되면 초고령사회가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 사회가 되었고, 2017년 고령사회로 그리고 불과 8년 뒤인 2025년에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예측이다.

이러한 고령화 추세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빠른 진행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의 나이인 65세에 진입하고, 평균 수명 연장과 저출산의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저성장, 노인에 의한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 연금 고갈, 젊은 층의 부담 증가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건강하게 오래 사는 장수사회를 꿈꾸어 왔다. 그리고 그 희망은 경제발전과 영양상태, 공중위생 개선 그리고 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장수사회는 우리 인류가 열심히 노력하여 이루어낸 업적이며 동시에 선물인 것이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우리는 이러한 선물을 재앙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왜 우리는 그토록 원하던 고령사회를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었나? 왜 우리는 그토록 원하던 선물을 받고 기뻐하지 못하고 걱정만 하고 있는가?

고령사회에는 물론 밝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면도 있을 수 있다. 고령사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은퇴 노인들이 생산적 활동은 전혀 하지 않고, 단지 돌봄의 대상이 되면서 소비만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20세기 초 학자들은 노화를 주어진 생명력이 고갈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나이가 들면 생산력이나 창의성이 감퇴해 생산적인 일이 아닌 소비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단정했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노화를 퇴보라고 단정하고, 쇠약해진 심신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상황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노화 연구의 발전으로 그런 학설은 더 이상 진실이 아님이 밝혀지게 되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가 들면 오히려 더 강해지는 능력이 있는데, 원숙함, 창의력, 소통 그리고 관계 형성의 능력 등이다. 노인정신의학자 마크 아그로닌 박사는 나이 들수록 지혜, 탄력회복성, 창의성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나이든 사람들의 지혜는 지식, 기술, 판단력, 리더십, 타인에 대한 배려, 호기심, 영성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데, 인생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으로 노년에 증진된다. 또한 중요한 것은 나이가 들면서 창조성이 오히려 더욱 발달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예술분야를 보면 위대한 화가, 작곡가, 작가 중에 노년에 창조력이 폭발하는 사람이 많고, 정치 분야에서도 대부분의 대통령이 65세 이후에 되었다.

또한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의 저자 조지프 F. 코글린 박사는 다가올 고령사회의 주역이 되는 베이비붐 세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교육을 많이 받았고 경제적으로 큰 업적을 세웠으며 동시에 자동차, 컴퓨터 등 기계 문명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다가오는 고령사회를 과거와는 다르게 보다 희망적이고 긍정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베이비붐 세대들은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며 그것도 지금 당장 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사실들로 종합하여 보면 우리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긍정적인 변화로 생각해야 한다. 고령사회에서 넘쳐나는 창의적이고 원숙한 은퇴한 능력자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기만 한다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노화는 퇴보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늘어나는 지혜와 창조적 능력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또 능력이 있고 건강한 은퇴자들에게 적합한 영역을 찾아서 일자리를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노인과 청장년 간의 소통과 화합, 협업을 통해서 사회의 발전을 이루는 새로운 경제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고령사회가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되도록 문화적 그리고 경제적 토대를 만드는 계기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은퇴자들이 수명연장으로 얻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사회와 국가 경쟁력이 판가름 될 수도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우리나라 은퇴자들 특히 지식인들이 은퇴 후에 여가 활동에 만족하지 않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

따라서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한다.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필자가 한 가지 해결책을 제안하자면 은퇴자 벤처창업 지원이다. 현업에 있으면서 학습과 연구 그리고 경험을 통해서 습득한 지식을 이용하여 지식중심의 벤처기업을 시작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최근에 은퇴를 앞두고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나이 든 과학자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은 본인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와 같이 신체적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축적된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IT 산업은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적합하겠지만 생명공학 분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신약 한 가지를 개발하는데 10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바이오 분야는 깊고 깊은 지식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고, 네트워크가 풍부한 사람이 함께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인생을 4단계로 구분하는데, 제1 연령기는 성장기, 제2 연령기는 생산활동기, 제3 연령기는 은퇴 이후 그리고 제4 연령기는 노화와 질병으로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로 나눈다. 고령사회 이전에는 제3 연령기가 비교적 짧아서 그저 삶을 즐기는 데 만족하였다.

그러나 제3 연령기가 10년 이상이 늘어난 오늘날의 은퇴자들에게는 또 다른 욕구가 있다. 이들 진취적인 은퇴자들의 욕구와 능력을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고령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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