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사설

[사설]갈등 조장사회, 다시 사회적 자본을 생각한다

이승규 기자

이승규 기자

  • 승인 2019-06-04 16:25

신문게재 2019-06-05 23면

우리 사회가 갈등이 심하다지만 이 정도까지 인줄 몰랐다. 지난해 전국의 만 19세 이상, 75세 이하 성인 387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Ⅴ)' 보고서에서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사회갈등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금 사회적 자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갈등구조는 사회 전반에 깔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겠지만, 빈부·세대·지역·젠더 갈등 등은 제쳐놓더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경영자와 노동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갈등은 끝이 안 보인다. 여기에 최근 들어 더욱 극명하게 갈리는 진보와 보수 간 이념 갈등은 사회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갈등은 불가피한 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갈등 양상은 유독 심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에서 매우 나쁜 편이다. 묵을 대로 묵은 갈등은 폭발 직전이다.



갈등의 시작은 사회적 자본의 결여에서 비롯된다. 겉으로는 아닌 척이지만 속을 파보면 이해 충돌과 세력다툼이다. 상대에 대한 신뢰와 배려는 쥐꼬리만 하게 보여주고 온갖 생색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내로남불이다. 빈부갈등과 노사갈등,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갈등 등 사회경제적 갈등 양상은 한편으로 우리의 사회적 자본척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신뢰와 소통, 배려, 나눔 등으로 정의되는 사회적 자본이 부족할수록 갈등구조도 심해진다.

구성원 간 믿음이 없고, 희망도 없이 갈등만 점점 심해지는 사회의 앞날은 뻔한 결론이다. 갈등의 골이 심해지면 돌이킬 수 없다. 1990년 이후 출생자들이 우리 사회에 대한 생각으로 신뢰와 희망사회에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는 사실은 놀랍다. 해묵은 갈등이 젊은 세대에게 신뢰와 희망까지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