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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청양군-군의회 갈등 확산, ‘치킨게임’ 양상

최병환 기자

최병환 기자

  • 승인 2019-07-19 11:31
최병환 청양주재
치킨게임-두 대의 차량이 마주 보며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 한쪽이 방향을 틀어서 ‘치킨’, 즉 겁쟁이가 되거나 아니면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된다는 게임으로 1950년대 미국 젊은이 사이에서 유행했다. 1955년 개봉된 제임스 딘 주연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서양에서는 닭이 겁이 많은 동물로 여겨져 도망을 잘 가는 겁쟁이를 '치킨'이라고 부른다.

최근 청양군과 청양군의회의 갈등이 흡사 치킨게임을 연상시키고 있다.

청양군은 장애인회관 신축용지로 청양읍 옛 보건의료원 자리를 선정했다가 주차장 부족과 교통 혼란을 우려해 청양읍 교월리로 변경하는 안을 군의회에 올렸다.



그러나 군의회는 사업용지의 건폐율(20%) 부족과 용지 매입비용(20억)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다른 용지를 찾을 것을 제안했다.

군의회가 2개월여에 걸쳐 여러 곳의 사업용지 안을 두고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사이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린 김돈곤 군수가 의회를 비판하면서 갈등이 점화됐다.

김 군수는 지난 15일 주간업무보고회의에서 장애인회관 건립 용지 선정과 관련, 군의회가 사업추진에 발목을 잡는다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군의회에 끌려다니지 말라', '군의회가 근거 없는 반대를 한다면 주민과 함께 가겠다.' 등등 다소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 발언은 군청 회의방송시스템을 통해 고스란히 공개됐다.

군의회는 발끈했다. 18일 열린 군의회 256회 임시회 폐회식은 치킨게임의 충돌 직전 두 자동차를 보는 듯 아슬아슬했다.

구기수 의장은 김 군수의 15일 발언은 법령에 부여된 의회의 지위와 권한을 무시한 것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김 군수는 '회의 석상에서 한 발언은 관련 공무원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의회가 의회의 권한을 내세우기 전에 집행부의 권한도 지켜줘야 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군수는 군의회의 사과 요구에 오히려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일로 두 당사자(기관)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회관 건립의 현안은 묻히고 서로 으르렁대는 볼썽사나운 모습만이 남은 자리엔 군민의 한숨만 넘쳐나고 있다.

두 기관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서로의 자존심을 위해 내달리는 자동차가 될 것이 아니라 주민을 편안하게 이끌 자동차가 되어야 한다는 것.

군민에게 ‘치킨’이 되면 어떠한가. 군수도 의원도 모두 군민이 위임해준 권한이 아닌가.

아무리 높은 권한도 군민 위에 설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군민을 겁내는 진정한 '치킨', 겁쟁이가 승자가 된다는 것을 그들만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청양=최병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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