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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향기]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속도의 시대, 모든 것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

김유진 기자

김유진 기자

  • 승인 2019-09-19 16:41

신문게재 2019-09-20 11면

짜라
F. W. 니체 지음, 사순옥 옮김, 홍신문화사, 2006
도무지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책이 있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그 속에 담긴 함의를 알아채기엔 시대가 너무 달라 알쏭달쏭하기만 한 고전들. 백 년도 더 전에 나온 이 책,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천천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머리를 후려치는 구절들이 문제없어 보이던 내 삶에 툭툭 다리를 걸어온다. 다행인 것은, 살다보면 어느 순간 어른이 되듯이, 독서를 하다 보면 인생의 좌절과 공포 앞에 두렵지 않은 순간이 온다. 내 경우는 니체를 만나고부터다.

그대는 외부의 힘에 의해 그대 스스로를 낮추고 '낙타'가 되어 무거운 짐을 싣고자 하는가? 견디고 참고 억누르며 자신의 세상을 사막으로 만들고 있는 것인가? 오늘날 우리는 자아를 잃어버리고 타인이나 전통적 가치에 철저히 봉사하는 '낙타의 정신'으로 사느라 병든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도덕과 진리를 떠받드느라 우리는 스스로 노예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한없이 고독한 사막에서 낙타는 사자로 변한다. '사자'는 자유를 쟁취해 세상의 주인이 되려고 신을 대적하고 싸운다. 스스로 자유를 창조하고 주어진 의무에 대해서 용감히 맞서기 위해서는 사자가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모든 가치에 대한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그대는 투쟁해 본 일이 있는가?



마지막으로 사자는 어린아이가 돼야 한다. 사자가 할 수 없는 것을 어린아이는 능히 할 수 있다. '어린아이'는 천진무구 그 자체이며 망각이다. 새로운 시작이며 쾌락이고 신성한 긍정이다. 니체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낙타와 사자를 거쳐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의지를 욕구하며 자신의 세계를 획득하였는가?

천천히 읽어도 좋은 책이 있다. 짜라투스트라의 설교로 이루어진 이 책은 정신, 육체, 우상, 이웃, 결혼, 죽음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인간은 더 이상 신이나 전통적인 진리, 도덕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 극복하고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백 년 전의 니체가 우리 앞에 나타나 말을 걸어온다. 당신은 그의 말에 귀 기울여볼 준비가 돼 있는가?

여럿이 함께 읽어야 좋은 책이 있다. 이 책을 포함해 니체의 저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도덕의 계보>, <이 사람을 보라> 등은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번역본으로 출판되어 있다. 니체의 저서는 혼자 읽기보다는 여럿이 모여 천천히 음미하면서 각자 느낀 바를 토론하면서 읽기를 권한다. 번역본에 따라 같은 부분을 읽어도 어느 책은 쉽게 이해가 되고 어느 책은 오히려 정반대의 뜻으로 읽히기도 해서 서로 다른 번역본을 비교해 가며 읽으면 니체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책 읽는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꾸준히 끝까지 읽어야 한다. 우리 생애 대부분에서 주인 노릇을 못하고 살아온 자신을 자각하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더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최고의 선물을 받은 느낌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진창희 (사)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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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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