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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언제까지 초등학생마저 공부하는 기계 만들 텐가

이승규 기자

이승규 기자

  • 승인 2019-11-12 15:43

신문게재 2019-11-13 23면

잘 노는 것도 공부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노는 것도 배워야 한다. 어떻게 노는 게 잘 노는 것인지 알 턱이 없는 주변 환경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조기교육 열풍이 불어닥친 몇 년 전 상황 같지만, 초등학생의 일과표를 보면 딱 공부하는 기계라 생각하면 맞다. 학교수업이 끝나면 학원 가고, 저녁엔 학원숙제에 학교숙제까지 쉴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이 고작이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이 요즘은 나아졌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올 초 겨울방학 숙제로 부모의 꾸지람을 들은 초등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국제 구호개발 비정부기구인 세이브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엊그제 발표한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행복도와 삶의 만족도가 극히 낮은 것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조사에 참여한 22개국 중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도는 20위, 시간 사용에 대한 만족도는 꼴찌를 차지한 것은 오직 공부에만 매달리고, 잠시도 놀게 하지 못하도록 짜진 사회적 인식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특히 여가 활동시간을 낭비로 보는 사회인식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니 우리의 경쟁구도는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쉬어가는 순간 그만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두서너 개 학원은 기본이요, 집에 가서는 학습지까지 온통 공부에만 매몰시키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 행복도와 만족감을 느끼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좋은 기계라도 무리하면 고장나기 마련이다. 일과를 학습에만 몰두하도록 해놓고서는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잠 한번 실컷 자보는 게 소원일 정도로 여가도 없이 일상을 맴돌다 보면 더 빨리 지치게 마련이다. 충전을 위해서라도 잘 놀게 해줘야 한다. 적어도 초등학생들에게는 그런 기회를 주는 게 맞다. 그게 사회적 책무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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